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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인 지금, 아마 화이자(Pfizer)라는 기업에 대해 모르시는 분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바로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몇 안 되는 제약사 중 한 곳이기 때문이죠. 사실 코로나 이전에도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개발한 회사로 유명했는데요. 화이자는 비아그라 외에도 현재까지 수백 종의 약을 개발해왔습니다. 그렇다면 화이자는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해온 것일까요? 오늘은 글로벌 제약회사 화이자(Pfizer)에 대해 분석해 보겠습니다!
화이자(Pfizer)는 1849년 독일계 미국인 '찰스 화이자(Charles Pfizer)'가 아버지에게 2500달러를 빌려서 그의 사촌 '찰스 에르하르트(Charles Erhart)'와 함께 '찰스 화이자 & 컴퍼니'(Charles Pfizer and Company)를 설립하며 시작되었습니다. 화이자는 처음에는 식품첨가물과 화학약품을 만드는 회사였는데요. 그들은 우선 쓴 맛이 나지 않는 산토닌(구충제)을 제작하였습니다. 첫 제품인 산토닌은 1860년대 미국의 남북전쟁으로 특수를 맞아,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었죠. 이후 그들은 타르타르산(산화방지제 및 신맛을 내는 식품첨가물로 사용됨)과 크림을 미국 최초로 개발하며 계속해서 규모를 키워나갔습니다. 그리고 19세기 후반에는 레몬과 라임의 수입 농축액을 원료로 한 구연산(시트르산)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게 되었는데요. 코카콜라에 구연산이 대량으로 사용되고, 같은 시기에 코카콜라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화이자는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세계 1차 대전이 발발하며, 이탈리아에서 수입하던 구연산 재료(구연산 칼슘)의 수입이 점차 어려워졌습니다. 화이자는 대책 마련에 나섰고, 다행히 화이자의 화학자들이 특정 곰팡이를 통해 설탕을 구연산으로 발효시키는 방법을 발견하여 화이자는 구연산을 다시 상업화할 수 있었죠. 곰팡이 연구를 통해 구연산을 판매하여 수익을 거두기도 했지만, 화이자는 이를 계기로 발효과학에 대한 기술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발효기술은 세계 2차 대전 시기에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대량 생산하는데 큰 역할을 했죠. 실제로 세계 2차 대전에서 많은 페니실린이 유통되었는데, 화이자의 기술을 따라올 수 있는 기업이 별로 없어서 화이자가 대부분을 공급했다고 합니다.
* 참고. 화이자의 경영권 변화
1891년에는 찰스 에르하르트가 사망하여, 동업계약에 따라 찰스 화이자가 그 지분을 사들였습니다. 그렇게 화이자는 1900년에 회사를 법인화할 때까지 51년간 회사를 경영해왔죠. 이후 찰스 화이자의 장남과 3남이 회사를 경영하다, 1942년부터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후 다른 기업이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페니실린의 가격이 하락하자, 화이자는 수익성이 높은 다른 항생제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연구 끝에 1950년에 새로운 항생제 테라마이신을 개발하였고, 화이자는 화학 제조업체에서 연구기반 제약회사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 원료를 주로 판매했던 것과 달리, 자체 브랜드를 내세워서 판매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파란 알약 모양의 로고도 당시 나왔던 것이죠. 그렇게 화이자는 브랜드를 재정립하며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했습니다. 1950년대까지 화이자는 벨기에, 브라질, 캐나다, 쿠바, 멕시코, 파나마, 푸에르토리코 및 영국에 지사를 설립하였고, 1960년에 회사는 뉴욕시에서 코네티컷 주 그로턴에 있는 새로운 시설로 의료 연구 실험실을 이전했습니다.
1950년 항생제인 테라마이신(옥시테트라사이클린)을 개발한 것에 이어, 1967년 바이브라마이신(광범위 항생제) 개발도 성공하며 화이자는 글로벌 제약업체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1980년에는 관절염 치료제 펠덴(프록시캄) 출시를 통해 단일 제품으로만 매출 10억 달러를 달성하며 성공을 이어나갔죠. 이후 화이자는 R&D 투자를 한층 강화해 1990년부터 회사를 대표하는 신약을 쏟아냈는데요. 항우울제 ‘졸로푸트’, 고혈압 치료제 ‘노바스크’, 항곰팡이제 ‘디플루칸’,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 ‘카듀라’,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등이 연거푸 등장한 것입니다. 특히 비아그라는 2000년대 기능장애 의약품 판매량의 90%를 차지할 만큼 엄청난 인기를 누렸으며, 지금도 성행하고 있죠.
화이자는 R&D뿐만 아니라, 전략적인 인수합병을 병행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해왔습니다. 2000년 워너 램버트 제약사를 약 870억 달러(100조 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02년에 파마시아(600억 달러, 약 69조 원), 2009년에 와이어스 제약(680억 달러, 약 78조 원), 2010년에 킹제약(36억 달러, 약 4조 원), 2015년에 호스피라(152억 달러, 약 17조 원)를 사들였는데요. 화이자는 15년 동안 M&A에만 250조 원 이상을 쓴 셈입니다. 그리고 이는 성공 확률이 낮은 신약개발 산업에서 파이프라인과 영업망을 보완하고 특허와 인재를 확보하는 효과를 가져다주었습니다.
꾸준한 인수합병과 연구개발을 통해 화이자는 현재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회사로 성장했고, 최근 연간 매출은 약 45~50조 원에 달합니다. 그리고 화이자의 사업 부문은 크게 이노베이티브 메디슨(Innovative Medicines), 이스태블리시드 메디슨(Established Medicines), 컨슈머 헬스케어(Consumer Healthcare)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주력 파트인 이노베이티브 메디슨 부문에서는 신약 및 바이오시밀러*를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6가지 분야에 집중하여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해당 분야들은 암, 염증 및 면역학, 희귀 질병, 병원(수액 및 항감염약), 백신, 뇌과학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이스태블리시드 메디슨 부문은 특허가 만료된 자사 신약과 제너릭 의약품*을 다루고 있습니다. 화이자는 해당 부문을 업존(Upjohn)이라는 명칭으로 운영하고 있었는데, 2019년에 업존을 다국적 제약사 마일란(Mylan)과 합병하여 비아트리스(Viatris)라는 새로운 기업으로 탄생시켰죠. 현재 화이자는 비아트리스 지분의 57%를 보유하고 있으며, 비아트리스는 2020년 말에 합병을 완료하여 나스닥에 상장했습니다.
그리고 컨슈머 헬스케어 부문은 가그린, 영양제 등의 헬스케어 제품을 생산하는 분야입니다. 화이자는 2018년 해당 부문을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GlaxoSmithKline(이하 GSK)과 합병시키기로 결정했는데요. 화이자의 진통제 '애드빌', 입술보호제 '챕스틱', 마시는 비타민 '이머전-C' 등과 GSK의 치약 브랜드 '센소다인'과 소염제 '볼트렌', 진통제 '파나돌' 등이 한 배를 타게 된 것입니다. 화이자는 합작사의 지분 32%를 보유하게 되고, 합작사의 전 세계 컨슈머 헬스케어 시장 점유율은 7.3%로 시장 1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종합하자면, 화이자는 사업 부문의 합병과 변화를 통해 제너릭과 헬스케어 부문은 조인트 벤처를 통해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본사는 바이오 의약품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의지는 2021년에 발표된 화이자의 새로운 로고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화이자는 1950년 알약 모양의 로고를 발표한 뒤, (색상과 글씨체는 조금씩 바꾸었지만) 알약 모양만큼은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운 로고를 발표하며 70년 만에 DNA 이중 나선 모양을 내세웠는데요. 이는 앞으로 화이자가 화학 의약품에서 바이오 의약품으로 기업의 중심을 바꾸는 것을 상징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참고. 바이오 생태계
의약품은 크게 합성의약품과 바이오 의약품으로 나뉘는데요. 합성의약품은 1800년대부터 개발되었고 화학식만 알면 동일한 의약품을 제조하기가 쉬워서 가격이 싸고 보급이 많이 된 편입니다. 이에 비해서 바이오 의약품은 1980년대부터 개발되었으며 비중은 작지만, 기술의 복잡성이 요구되므로 매우 비싸고 시장규모도 크죠.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듯이 의약 산업에서는 특허가 매우 중요합니다. 특허가 만료되면 다른 기업이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인데요.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 중에서 합성의약품의 복제품은 '제너릭 의약품'이라고 하고, 바이오의약품의 복제품은 '바이오 시밀러'라고 합니다.
바이오 생태계에 대해 추가적으로 궁금하거나 각 용어에 대해 이해가 잘 안 된다면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다룬 이전 글을 참조해주세요!
국내에서는 특정 기업이 임상실험 2상이나 3상에 한 개라도 통과했다고 나오면, 주가가 크게 오르는 바이오 투자 열풍이 불기도 했는데요. 화이자는 현재 임상 1상부터 허가를 앞둔 신약(파이프라인)이 총합하여 무려 99개가 됩니다. 이렇게 많은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화이자가 R&D에 수익의 약 15~20%를 재투자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투자 규모는 국내의 대규모 바이오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의 3년 치 금액에 해당한다고 하죠.
그러나 화이자의 미래가 무조건 긍정적이라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바이오산업에서는 특허가 가장 중요한데, 화이자가 보유하고 있는 대형 특허가 2010년대 중반부터 2020년대 중반까지 대거 만료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리리카라는 의약품은 2019년 6월에 특허가 말소된 이후, 전년도 대비 수익이 약 2조 원이나 감소했으며, 비아그라 역시 특허가 만료된 이후 수익이 2년간 75%가 감소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연도별 매출 역시 몇년간 비슷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죠.
화이자 역시 특허 만료로 인해 매출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리포트에 언급하며 다양한 방면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대로 바이오 이외의 사업부를 다른 기업과 합병하며 효율화시키고, 꾸준한 R&D와 인수합병을 통해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죠.
화이자는 이번에 코로나 백신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었는데요. 과연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는 의약품을 만들어내는 성공적인 기업이 될 수 있을지 더욱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
* 참고. 신약개발 과정
임상실험은 신약을 개발하고 허가받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보통 1상부터 3상까지 있는데요. 임상실험을 비롯한 신약개발 과정이 궁금하다면 관련 내용을 다룬 이전 글을 참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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