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한 달 전인 2021년 4월 18일, 어도비의 공동 창업자 찰스 게쉬케가 별세하셨습니다. 게쉬케는 존 워녹과 어도비를 설립하여 현재까지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pdf, 포토샵 등을 만들었는데요, 오늘은 바로 1982년에 설립된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Adobe)에 대해서, 기업이 어떻게 성장해왔고, 현재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어떤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옛날에는 컴퓨터 화면의 문자와 이미지를 정확하게 종이로 출력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어도비의 창업자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죠. 우선 1970년대 말에 존 워녹과 찰스 게쉬케는 제록스 Parc (Xerox Palo Alto Research Center)에서 디바이스와 독립적인 그래픽 시스템과 출력 기능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기술을 상업화하지 않았고, 기술의 가능성을 알아본 워녹과 게쉬케는 연구소를 나와서 1982년에 어도비를 창업했던 것입니다. 어도비(Adobe)라는 이름은 워녹의 집 근처 개울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하네요.
그들의 첫 제품은 PostScript라는 컴퓨터 페이지 기술 언어(page-description language)로, 컴퓨터 화면의 내용을 그대로 출력하게 만들어 주는 기술이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어도비는 창업한지 1년이 되지도 않은 시점에 이미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애플은 1983년에 어도비에 투자하며 지분을 약 15~20% 확보하고, PostScript 라이선스를 구입한 첫 기업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창업자들은 데스크탑 소프트웨어 어플리케이션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1987년에는 예술가, 디자이너, 테크니컬 일러스트레이터를 위한 PostScript 기반의 드로잉 패키지 '일러스트레이터(Illustrator)'가 출시되었습니다. 그리고 3년 후에는 디지털화된 사진 이미지를 편집하는 응용 프로그램 '포토샵(PhotoShop)'이 출시되었는데, 이는 현재 어도비의 가장 성공한 제품 중 하나입니다.
1990년대에 들어서 어도비의 강력한 Creative Solution 라인업에 많은 제품/서비스가 추가되었습니다. 특히 어도비 프리미어(Adobe Premiere)와 어도비 애프터이펙트(Adobe After Effects)는 모션 그래픽이나 비주얼 효과, 디지털 영상 편집 등에 필수적인 툴이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1996년에는 인터넷에 연결된 전 세계 데스크탑의 98%에 설치되었다는 어도비 플래시(Adobe Flash)를 출시하고, 1999년에는 정교한 그래픽과 타이포그라피를 지원하는 레이아웃/디자인 소프트웨어 인디자인(InDesign)을 출시하기도 했죠.
어도비의 또 다른 중요한 제품은 바로 PDF인데요, 어도비는 1993년에 Portable Document Format(PDF)를 시장에 선보이며 어도비 아크로뱃 리더(Adobe Acrobat and Reader) 소프트웨어를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PDF는 국제 규격 인증을 받은 전자 문서 포맷으로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죠. 어도비는 이렇게 핵심 제품 외에도 꾸준한 신제품 런칭과 다양한 M&A를 통해 서비스를 발전시켜나가고 있습니다.
2000년에 들어서 게쉬케는 은퇴하였고, 이듬해 워녹도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창업자들의 은퇴 이후에도 어도비는 새로운 리더십 속에서 인수/합병 및 연구/개발을 통해 자사의 제품들을 발전시켜나갔습니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제품의 패키지 판매를 중단하고 구독 방식으로 변경하는 과감한 선택을 하기도 했는데요,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어도비는 지금까지 꾸준히 성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사실 어도비는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기업 중 하나입니다. 과거에 포토샵과 같은 프로그램은 약 2500달러의 패키지로 판매되었는데요, 어도비는 2012년부터 소프트웨어를 전면 구독방식으로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매월 몇십 달러에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단기적으로 매출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내부에서도 반대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샨타누 나라엔 CEO가 직접 '과거로 돌아가는 플랜B는 없다'는 말을 하며 구독 방식으로의 전환을 추진했고, 현재는 구독 매출 비중이 약 95%가 될 정도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구독제는 유저가 이탈하지 않도록 꾸준히 제품을 혁신하게 되는 사업모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어도비는 2020년에도 전년대비 15% 성장하며, 128.7억 달러(14.16조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어도비의 매출은 크게 '디지털 미디어'와 '디지털 익스피리언스' 부문으로 나뉘는데, 각각 매출에서 약 73%, 2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중 어도비의 현재 경쟁력을 담당하는 '디지털 미디어'는 크게 포토샵, 일러스트와 같은 툴을 제공하는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Creative Cloud)'와 PDF와 전자서명 등을 제공하는 '도큐멘트 클라우드(Document Cloud)'로 구분되며 각각 매출에서 약 61%, 12%를 차지하고 있죠.
우선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부문은 팬대믹 상황에서도 매출이 전년대비 약 20% 성장하며 좋은 성과를 나타냈습니다. 모든 지역과 세그멘트에서 신규 이용자가 증가했으며, 이는 학생들의 이미지나 동영상 편집 툴 이용량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어도비는 2023년 해당 시장의 전체 규모를 약 410억 달러로 추산하는데요, Creative와 관련된 직업이 늘어나고 있고, 3D나 AR/VR 등 새로운 디자인 영역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성장성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다큐멘트 사업부문 매출도 3년 연속 20% 이상 증가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전자서명 솔루션인 어도비 사인의 계약이 작년 대비 300% 성장하며 매출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어도비는 2023년 시장 전체 규모를 약 210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전자서명 시장에서 파이를 키워나갈 수 있고, 현재 Acrobat 사업 부문에서 75% 이상의 유저가 신규 이용자라는 점에서 한동안은 현재와 같은 성장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도비의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디지털 익스피리언스' 분야는 디지털 비즈니스를 위해 필요한 종합적인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부문으로 매출의 약 2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전년대비 약 10% 성장하며 다른 부문대비 저조한 성장세를 보였는데요, 그래도 어도비에서는 '디지털 익스피리언스'를 차세대 산업으로 생각하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어도비에서는 디지털 익스피리언스 분야를 크게 '데이터와 인사이트(Data & Insight)', '콘텐츠와 커머스(Content & Commerce)', 그리고 '고객 관리 및 광고(Customer Journey Management and Advertising)'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이미지에서 알 수 있듯이, 어도비는 해당 분야에서 아주 다양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죠.
어도비는 DX(디지털 익스피리언스) 분야에서 많은 회사를 인수합병하며 역량을 키웠습니다. 2018년에는 마젠토(Magento)라는 이커머스 기업(16억 8000만 달러)과 마케팅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마키토(Marketo)라는 기업을 인수했습니다. 2020년 11월에는 15억 달러를 들여서 Workfront라는 마케팅 협업 소프트웨어 업체를 인수하기도 했죠. 그리고 어도비는 이런 DX 분야의 2023년 전체 시장 규모를 (디지털미디어 분야보다 더 큰) 850억 달러 규모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어도비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전혀 위기나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도큐먼트 클라우드 분야에서 성장하고 있는 '어도비 사인'은 '도큐사인'이라는 시장점유율 70% 이상의 막강한 경쟁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특히 미래 먹거리로 생각하는 디지털 익스피리언스 분야에서는 Salesforce나 SAP 등의 CRM 소프트웨어 강자들과도 경쟁해야 하죠.
어도비는 1982년부터 지금까지 좋은 기술과 빠른 디지털 전환을 바탕으로 훌륭하게 성장해왔는데요, 앞으로 다른 기업과 어떻게 경쟁하며 발전해나갈지 더욱 기대가 됩니다.
소니 기업분석: 전자제품 소니의 몰락과 콘텐츠 소니의 부활 (0) | 2021.06.25 |
---|---|
콘텐츠 왕국 Disney에 대해 알아보자: 월트디즈니 기업분석 (0) | 2021.06.04 |
페이스북 사업 분석: 플랫폼의 황제, VR의 개척자 (0) | 2021.04.30 |
중국의 아마존: 알리바바 기업 분석 (2) | 2021.03.29 |
텐센트 기업 분석, 모방과 혁신 사이 (0) | 2021.03.23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