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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vs 컴캐스트 기업 분석: 넷플릭스와 경쟁하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

기업 분석

by 호박너구리의 블로그 2021. 12. 3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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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글로벌 미디어/콘텐츠 기업이라고 하면 어느 회사가 떠오르시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넷플릭스(Netflix)와 디즈니(Disney)를 생각하실 것 같은데요. 실제로 디즈니와 넷플릭스는 (2021년 12월 27일 기준) 각각 약 331조 원과 323조 원의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입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기업 중에서, 두 회사의 매출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미디어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컴캐스트(Comcast)인데요. 과연 컴캐스트는 어떤 회사길래 큰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것일까요? 오늘은 디즈니와 컴캐스트를 비교하며 살펴보겠습니다!

 

* 디즈니에 대해 관심있으신 분들은 이전에 작성한 디즈니 기업분석 레터를 참고해 주세요!

 

# 디즈니와 컴캐스트의 시작: 애니메이션 기반의 디즈니, 케이블 기반의 컴캐스트

디즈니와 컴캐스트의 시작은 전혀 달랐습니다. 우선 디즈니는 월트 디즈니(Walt Disney)와 로이 디즈니(Roy Disney) 형제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1923년 흑백 단편 영화 '앨리스의 원더랜드'라는 작품을 시작으로, '럭키래빗 오스왈드', '미키마우스' 등을 제작하며 이름을 알리게 되었죠. 미키마우스 이후 1937년에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 1950년에 '신데렐라', 1953년에 '피터팬' 등도 연달아 성공시키며, 디즈니는 1960년대까지 승승장구했습니다.

 

그러던 1966년 월트 디즈니가 폐암으로 사망하고, CEO를 이어받은 형 로이도 1971년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80년대 초에 가족 영화에 대한 니즈가 하락하며 디즈니는 위기를 겪게 되었죠. 새로운 경영진들은 회사의 보유 자산을 수익화하기 위해 노력했고, 케이블 네트워크(The Disney Channel)와 시트콤을 제작했습니다. 다행히도 점차 수익성이 개선되었고, 1990년대에 알라딘, 포카혼타스, 뮬란, 라이온 킹, 타잔 등을 흥행시키며 디즈니는 다시 성공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자체적인 콘텐츠로 시작한 디즈니와 달리, 컴캐스트는 인수합병으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1963년, 컴캐스트 창업자인 랄프 로버츠(Ralph Roberts)가 동업자들(대니얼 아론, 줄리앤 브로드스키)과 함께 지역 커뮤니티 안테나 TV 시스템 회사를 인수한 것이 시작인데요. 당시 인수한 '아메리칸 케이블 시스템즈(American Cable Systems)'는 미시시피주의 Tupelo라는 지역에서 1,200 구독 가구를 갖고 있는 케이블 회사였습니다.

 

컴캐스트는 비록 작은 케이블 회사로 시작했지만, 여러 회사를 인수하며 빠르게 규모를 키워나갔고, 1972년에는 나스닥 주식시장에 상장했습니다. 이후에도 컴캐스트는 1986년 '그룹 더블유 케이블(Group W Cable)', 1988년 SCI Holdings를 비롯해서 다양한 케이블 사업자 인수를 통해 케이블 사업 영역을 확장해나갔으며, AMCELL 등을 인수하며 무선 통신 서비스업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기도 했습니다.

 

 

# 디즈니와 컴캐스트의 성장: 미디어 산업에서 만난 경쟁자

이렇듯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기반의 기업이고, 컴캐스트는 케이블 TV 기반의 회사였습니다. 너무나 달라 보였던 이들의 사업 영역은 2000년대 즈음부터 조금씩 겹치기 시작했는데요. 서로의 영역에 대한 대규모 인수합병이 진행된 것입니다.

 

우선 디즈니는 1996년 사업 다각화를 위해 ABC 방송사와 ABC가 소유한 스포츠 채널 ESPN을 인수했습니다. 이로 인해 디즈니는 디즈니 채널에 이어 ABC와 ESPN이라는 거대한 미디어 채널을 갖게 되었죠. 그리고 2006년에는 본업인 애니메이션 영화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72억 달러에 픽사(Pixar)를 인수했습니다. 이후 디즈니는 영화계까지 눈을 돌렸습니다. 바로 2009년에 마블(Marvel)을 4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인데요. 이어서 2012년에 스타워즈 시리즈로 유명한 '루키스 필름(Lucas Film)'을 인수하고, 2017년에 미국의 6대 영화사 중 하나인 '21세기 폭스'를 710억 달러에 인수하며 디즈니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되었습니다.

 

컴캐스트는 2002년에 AT&T Broadband를 445억 달러에 인수하며 2200만 가입자를 확보한 미국 내 가장 큰 케이블 방송 사업자가 되었습니다. 이후에도 관련 시장에서 M&A를 통해 케이블 방송 사업을 확장해갔죠. 컴캐스트가 본격적으로 TV/영화 영역에 진출한 것은 2011년 NBC Universal을 인수하면서부터였습니다. NBC Universal 인수를 통해, 컴캐스트는 NBC, NBC News, NBC Sports 등의 방송 채널과, 다양한 지역 언론 및 테마파크(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에 드림웍스(Dream Works)를 인수하고, 2018년에 영국의 미디어 통신 재벌 Sky를 인수하며 컴캐스트는 종합 미디어 기업으로 부상했습니다.

 

 

# 디즈니와 컴캐스트의 사업 현황: 코로나로 주춤한 성장

2021년 매출이 나오기 이전의 자료. 2021년 실제 매출이 예상보다 낮았음. 

2021년 디즈니의 매출은 약 674억 달러로, 2020년(653억 달러) 대비 상승했으나 여전히 코로나 이전인 2019년(696억 달러) 보다는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디즈니랜드가 코로나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을 감안하면 괜찮은 실적이라는 의견이 많은데요. 이전까지 디즈니의 매출은 크게 '테마파크 & 굿즈', '스트리밍(DTC)', '스튜디오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미디어 네트워크'로 구분되었습니다.

 

코로나 이전인 2018-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전체 매출에서 테마파크 & 굿즈가 39%, 미디어 네트워크(케이블)가 36%, 스튜디오 엔터테인먼트(영화)가 16%, 스트리밍(OTT)이 9%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의 영향을 받은 2020년에는 그 비중이 테마파크&굿즈 23%, 미디어 네트워크 40%, 스튜디오 엔터테인먼트 13%, 스트리밍 24%로 변화되었죠.

 

2021년부터는 디즈니가 사업 부문을 크게 두 가지('미디어 엔터테인먼트'와 '테마파크 & 굿즈')로 구분하기 시작했는데요. 다른 사업부의 매출은 대부분은 상승했으나, 2021년에 코로나가 종식되어 테마파크 매출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테마파크 & 굿즈' 매출은 2020년(170억 달러) 보다 하락한 166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Comast의 연간 매출. 2021년에는 2019년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

컴캐스트의 2020년 매출은 1036억 달러로, 디즈니(653억 달러)와 넷플릭스(250억 달러)를 합한 것보다 더 큰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컴캐스트의 매출은 크게 '케이블 통신', 'NBC Universal', 'Sky'로 나뉘는데요. 우선 케이블 통신은 매출의 약 53%를 차지하는 부문으로, 자체 브랜드 Xfinity 단말기를 이용한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음성, 모바일 및 홈 IoT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NBC Universal은 매출의 약 33%를 차지하는 부문으로, 뉴스 및 엔터테인먼트 TV 콘텐츠를 제작 및 공급하고, 영화 제작/배급, 테마 파크 및 OTT 서비스를 운영합니다. 마지막으로 Sky는 매출의 약 16%를 차지하는 부문으로, 유럽 7개국에 제공되는 TV, 광대역 및 모바일 서비스를 운영합니다.

 

TV부터 테마파크와 영화까지. 디즈니와 컴캐스트는 현재 서로 비슷한 영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요. 두 기업은 각 부문에서 어떻게 경쟁하고 있을까요?

 

 

# 디즈니와 컴캐스트의 경쟁 분야

출처. recode

(1) TV 방송 미디어

우선 디즈니와 컴캐스트는 TV 방송 영역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디즈니는 ABC와 Fox 채널을 갖고 있고, 컴캐스트는 NBC와 Sky 채널을 보유하고 있죠. 스포츠 방송 분야에서도 디즈니의 ESPN과 컴캐스트의 NBC 스포츠 채널이 경쟁 관계에 있는데요. 매출로 비교해보자면, TV 방송 미디어 분야에서는 365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컴캐스트가 276억 달러를 기록한 디즈니보다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테마파크

디즈니와 컴캐스트는 모두 테마파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디즈니가 테마파크 분야에서 165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18억 달러 매출의 컴캐스트보다 훨씬 높은 우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디즈니의 테마파크 부문에는 굿즈 매출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것을 고려하더라도 테마파크의 규모를 비교하면 디즈니가 앞서있는 상황입니다)

 

글로벌 영화 제작사 순위. 출처: BizVibe

(3) 영화 제작 및 배급

BizVibe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1위의 영화 제작사는 Universal Pictures입니다. 그렇다고 컴캐스트가 영화 산업에서 디즈니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닌데요. 왜냐하면 4위에 해당하는 Walt Disney Pictures는 물론, 5위의 Marvel Studios와 7위의 20th Centurey Fox가 모두 디즈니 소속이기 때문입니다. 종합해서 고려해보면 컴캐스트의 유니버셜 픽쳐스가 439억 달러의 박스 오피스를 기록했고, 디즈니 산하의 브랜드가 총 974억 달러를 기록한 것이죠.

 

역대 박스오피스 매출 순위를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위 25개 중에서 디즈니 배급 영화는 총 19개로, 단 3개(쥬라기 공원, 슈렉2, ET)를 기록한 컴캐스트보다 월등한 우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4) OTT 서비스

디즈니와 컴캐스트는 OTT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디즈니는 크게 세 가지 OTT 서비스(ESPN+, Hulu, Disney+)를 운영하고 있으며, 디즈니 플러스의 해외 진출에 힘입어 디즈니 OTT 서비스의 구독자 수는 총합 1억 7900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에 비해 컴캐스트가 운영하고 있는 Peacock은 구독자 수가 5400만 명밖에 되지 않는데요. 얼마 전에 컴캐스트는 2022년부터 Universal의 작품을 피콕에 독점 공개할 것을 밝히며 앞으로 OTT 시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진출할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 디즈니와 컴캐스트의 전망

현재 디즈니는 컴캐스트보다 매출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의 매출보다 디즈니가 보유한 IP와 콘텐츠의 가능성이 높게 평가받고 있음을 뜻하는데요. 실제로 디즈니는 자신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빠르게 OTT 구독자 수를 늘려갔습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현재 테마파크 부문의 매출이 많이 감소되었지만, 코로나가 종식된다면 관련 매출이 크게 증가하여 전체적인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죠.

 

반대로 OTT 시장의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는 위협도 존재합니다. 현재 많은 기업이 OTT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콘텐츠 수급 비용이 증가하고 있고, 이는 곧 수익성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 디즈니에서 인기가 있는 콘텐츠는 새로운 콘텐츠보다는 기존 IP를 활용한 후속 편이나 리메이크 의존도가 높으며,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컴캐스트는 상대적으로 매출에 비해 기업가치가 낮은 편이지만, 꾸준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은 케이블 회사로 시작했지만, 다양한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사업 다각화를 이루어냈죠. 특히 현재 미국의 최장수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NBC의 간판 프로그램인 경우가 많은데요. 이처럼 전통을 지키면서도 시대에 발맞춰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은 컴캐스트에 신뢰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반면 매출에 비해 낮은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이유도 존재합니다. 우선 현재 컴캐스트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케이블 통신 산업은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와 스마트 TV가 보급됨에 따라서 성장률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5년 동안은 오히려 시장 규모가 축소되었죠. 비록 컴캐스트도 피콕이라는 OTT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OTT 시장의 경쟁은 이미 매우 활발한 상황입니다.

 

오늘은 한 번 디즈니와 컴캐스트에 대해 다루어보았는데요. 두 회사 모두 각각의 방식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변화하고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과연 디즈니와 컴캐스트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앞으로도 성장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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