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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산업 이해하기: 산업 생태계와 전망

산업 분석

by 호박너구리의 블로그 2021. 11. 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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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글은 뉴스레터 위클리 호박너구리에서 먼저 다루었습니다. 매주 유익한 경영/기업/산업 분석에 대한 글을 받아보고 싶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보세요:)

 

과거 건설업은 우리나라 경제 발전을 책임지는 효자 산업이었습니다. 아파트가 보급되며 도시화가 수월하게 진행되었고, 해외 플랜트 사업으로 외화 수익에도 크게 기여했었죠. 비록 최근에는 2차 전지, 바이오, IT 등 여러 첨단 산업에 밀려 그 위세가 예전보다 못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세 가지 요소(의식주) 중에서 하나를 차지하는 건설 산업은 여전히 중요한 분야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건설 산업 이해를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내용과 국내 건설업 현황에 대해 준비해보았습니다.

 

# 건설산업의 분류: 발주처 및 공정 종류에 따른 분류와 계약 방식

건설산업은 다양한 기준에 따라 분류될 수 있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기준으로는 발주처와 공정 종류가 있습니다. 우선 발주처 기준으로 건설 사업은 크게 민간 분야와 공공 분야로 나뉩니다. 공공 발주는 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사업으로, 수익성이 낮은 대신 수익을 정산받지 못하는 위험에 대한 리스크가 낮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반대로 민간 발주는 제대로 정산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는데, 대신 기대수익률은 높은 편이죠. 그리고 공정 종류에 따라서는 크게 주택(단독주택, 아파트 등), 토목(도로, 철도, 교량 등), 건축(업무공간, 상업공간, 의료시설 등), 플랜트(오일, 가스처리, 정유 및 석유화학 시설 등)로 나뉠 수 있습니다.

 

여러 공정 종류 중, 토목 및 인프라 사업은 국내 건설사 매출의 약 30~40%를 차지하고 있으며, 규모가 큰 프로젝트가 많기에 공공 발주의 비중이 큰 편입니다. 공공 계약에는 크게 5가지 방식이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 최저가 낙찰제: 최저가 낙찰제란 주로 300억 원 이상의 공사에 적용되며, 이름 그대로 가장 낮은 가격을 입찰하는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입니다. 공사비 절감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부실시공에 대한 우려도 존재하는데요. 최근에는 최저가 낙찰제 방식도 특정 기준을 마련하거나, 절감 금액에 대한 상세 내역을 요구하는 등, 안정성 확인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 적격 심사제 : 적격 심사제란 공사비 외에 기술능력 및 시공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일정 심사를 통과하는 기업만 입찰에 참가하거나 선정될 수 있습니다. 안정성과 품질을 높일 수 있지만, 발주사의 적절한 평가 능력과 보다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방식입니다.

- T/K (Turn-key, 일괄 수주 계약): 열쇠를 건네준다는 의미로, 발주처가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넘긴다는 뜻을 지닌 방법입니다. 사전에 설계서를 제출하고, 시공 및 완성까지 모든 과정을 시공사가 책임지는 계약 방식이죠.

- BTL (Build-Transfer-Lease, 고정 수익률 계약): BTL은 Build, Transfer, Lease이라는 뜻으로, 민간 자본으로 건설하고 발주처에 리스 방식으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민간 자본으로 학교 및 군시설 등을 시공한 후 국가에 소유권을 이전하여 20년간 공사비와 국고채를 포함한 일정 수익을 획득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됩니다.

- BTO (Build-Transfer-Operate, 변동 수익률 계약): BTO는 Build, Transfer, Operate이라는 뜻으로, 민간 자본으로 건설하여 발주처에 소유권을 이전하는 대신 일정 기간 운영권을 획득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민간 자본으로 도로, 철도 등을 시공한 이후 10년간 통행료를 받아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건축 및 주택 사업은 국내 건설사 매출의 약 60~70%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오피스텔, 주상복합, 상업공간 등의 여러 건축 중에서 주택의 비중이 큰 편인데요. 주택의 사업 방식에는 자체 사업, 도급 사업, 재건축, 재개발이 있습니다.

 

- 자체 사업: 건설업체가 직접 자금을 투입해서 토지를 매입하고 건설하여 분양하는 방식으로, 건설사가 모든 프로세스에 관할합니다. 미분양에 대한 리스크가 있지만 기대수익률이 높다는 장점이 있죠.

- 도급 사업: 건설사가 아닌 시행사가 토지를 매입하고, 건설사는 시행사와의 계약을 통해 공사비를 받는 방식입니다. 정해진 공사비를 받기 때문에 수익성은 한정적이지만, 분양이 미달되어도 수익을 받을 수 있다는 안정성이 있는 방법이죠.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분양이 인기를 끌자, 많은 건설사가 도급 사업의 비중을 줄이고 자체 사업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합니다.

- 재건축: 조합이 토지를 소유하고, 시공사는 시공권을 입찰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기반 시설을 제외한 건물만 건설하며, 민간 주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 재개발: 재건축과 마찬가지로 조합이 토지를 소유하지만, 재건축과 달리 지자체에서 구역을 지정하며 구역 내에 조합원 구성이 다양한 편입니다. 건물을 비롯해 기반시설도 갈아엎는 경우가 많으며, 보통 공공 주도로 이루어집니다.

 

# 건설산업의 수익 구조: 수주 산업의 이해

보통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경우, 판매와 동시에 발생한 수익을 매출로 계산합니다. 그리고 발생한 매출에서 제품 생산에 소요된 원가를 빼면 이익을 산출할 수 있죠. 그러나 건설 산업은 여타 산업과는 다른 수익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건설 산업은 수주를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러한 수주 산업의 경우, 매출은 시공사와 시행사 간 도급 금액에 기초하고, 원가는 프로젝트 완공에 필요한 총 예상 원가에 기초합니다. 즉 기업의 매출이 먼저 결정되고, 원가는 프로젝트가 진행됨에 따라 변동되는 것입니다.

 

이렇듯 수주 산업은 다른 산업과 매출과 원가를 계산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그리고 건설 산업은 처음 사업이 결정되고 나서 실제 완공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죠. 많은 사람들은 기업의 재무제표를 보고 투자할 텐데, 그렇다면 건설 산업은 매출과 원가를 어떻게 기록하는 것일까요?

 

수주를 받은 연도에 매출과 원가를 기록하면, 원가는 아직 집행되기 이전이기에 실제와 다를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프로젝트가 완료된 연도에 기록한다면, 집행된 원가가 중간에 기록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죠. 이러한 방식은 기업의 실제 손익을 나타내기 어렵고, 잘못하면 분식회계가 될 위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건설 기업은 공정률을 기준으로 수익과 비용을 반영합니다. 여기서 공정률이란 실제 투입된 원가와 총 예정된 원가의 비율인데요. 예시를 통해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주)호박너구리가 3년 기간의 300억 원짜리 빌딩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가정해봅시다. 호박너구리의 프로젝트 총 예상원가는 200억 원이었고, 첫 해에 40억 원, 둘째 해에 100억 원, 셋째 해에 60억 원을 소비했습니다. 그러면 각각 총 예상 원가 대비 20%, 50%, 30%에 해당하기에, 매출 역시 비율에 맞게 60억 원(300억 원 * 20%), 150억 원(300억 원 * 50%), 90억 원(300억 원 * 30%)으로 기록되는 것입니다.

 

# 건설산업 생태계: EPC 강점의 국내 업체 

건설산업은 다양한 밸류체인을 갖고 있습니다. 건설 공정에 따라 프로젝트 관리 및 타당성 조사, 기본 설계(FEED), 상세 설계, 구매/조달, 공사/시공, 시운전, 유지/보수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한 기업에서 전부 운영하는 경우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설계사, 시공사, 감리*회사로 나뉘어 운영됩니다. 또한 도배, 전기, 배관, 방수 등 특수 분야의 전문 건설회사도 존재하는데, 이들은 보통 비상장사이며 시공사의 외주를 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감리란?

감리란, 건설 공사가 관계 법령이나 기준, 설계도 및 관계 서류 등에 따라 적정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관리하거나 시공관리·품질관리·안전관리 등에 대한 기술지도를 하는 건설사업관리 업무를 뜻합니다.

 

이호석아카데미 유튜브

 

우리나라는 다양한 밸류체인 중에서 상세 설계(Engineering), 구매/조달(Procurement), 그리고 공사/시공(Construction)에 보다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흔히 이를 묶어서 EPC라고 부르는데요. 세계 EPC 업체 중 국내 수준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보유한 경쟁업체는 많지 않습니다. 기술력 수준은 선진 업체의 70~80% 수준이지만, 보다 높은 가격 경쟁력으로 해외 플랜트 수주를 받아내고 있죠.

 

하지만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다고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EPC 사업은 건설 밸류체인 중에서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고 경쟁강도가 높은 편입니다. 실제로 터키와 중국의 후발 업체들이 점차 EPC 사업에 진출하고 있죠. 국내 건설업체는 후발 업체와의 기술력 차이를 벌리고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역량 확장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선진업체가 강점을 가진 기본 설계 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 국내 건설 산업의 역사

국내 건설 산업의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우리나라의 연간 출생자 수는 약 100만 명에 달했고, 인구에 비해 토지가 부족해서 아파트 중심의 주택이 공급되기 시작됐는데요. 주공(LH공사), 시영(SH공사) 아파트와 같은 공공 주도 건설업이 이 시기에 생겨난 것입니다. 그리고 1980년대부터는 민간 중심의 아파트 건설이 본격화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삼익, 삼부, 청구, 한신, 동아, 한양아파트 등이 있습니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민간 주택 사업은 1997년 IMF 사태를 이후로 급격히 추락했습니다. 당시 고금리와 미분양으로 100대 건설업체 대부분이 부도를 냈죠. 그리고 2000년대부터는 브랜드 아파트가 등장하기 시작했는데요. 2000년에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과 삼성물산의 '래미안'이 탄생했고, 2001년에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 2002년에 GS건설의 '자이', 2003년에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2006년에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브랜드가 차례로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주택 건설 산업은 2008년 금융위기로 다시 위기를 맞이합니다. 금융위기와 미분양 등으로 당시 건설업종의 하위 60% 업체가 부도를 냈었죠. 2010년대 들어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실적이 좋아지던 해외 플랜트에 보다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 국내 건설 산업의 현황과 전망

코스피 건설업 주가지수 (kosis.kr)

2008년 금융위기로 국내 주택 시장이 축소된 이후 대형 건설업체들은 해외 수주에 집중했고, 실제 수주액도 증가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평균적인 매출 성장률은 오히려 과거보다 확대되었죠. 그러나 2010년대부터 현재까지 코스피 건설업 주가지수는 지지부진한데요. 왜 그런 것일까요?

 

우선 첫 번째 이유로는 주택 시장의 하락이 있습니다. 2007년 대비 2012년 대형 건설업체의 주택 매출은 절반 수준에 불과했고, 이후 뚜렷한 상승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저가 수주 경쟁도 실적을 악화시켰는데요. 줄어든 주택 부문 매출을 상쇄하기 위해 낮은 가격에 사업을 수주한 것이죠. 마지막 요인으로는 해외 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있습니다. 해외 매출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중동에서 취소되는 프로젝트의 비중이 40%까지 증가했으며, 특히 국내업체가 집중하였던 석유화학 플랜트 발주가 부진했습니다. 정상 수주한 프로젝트에서마저 일정/품질 관리 부족으로 많은 건설사가 2010년대 중반에 수천억 원의 적자를 보기도 했죠.

 

그렇다고 모든 전망이 어두운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국내 건설업이 반등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데요. 그 이유로는 우선 주택 시장에 대한 기대가 있습니다. 현재 국내 주택의 43%가 20년 이상된 노후 주택이며, 이들의 재건축 및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상승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집값 상승으로 인한 높은 분양가는 건설 업체의 수익성에 기대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대형 건설사들은 다양한 신사업 추진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조류 발전 및 원전 해체 등의 친환경 사업과 나노융합 및 그린바이오 스마트 시티 등의 도시개발을 계획 중입니다. 대우건설은 관련 업체 지분 취득을 통해 전기자동차 충전 및 드론 제조 사업에 진출했고, GS건설은 모듈사업, 데이터센터 사업, 2차 전지 배터리 재활용 사업 등을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요소 외에 해외 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주가는 지지부진했지만, 건설 업종의 실적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회복되고 있었습니다. 2018~2019년 실적은 고점이었던 2007년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죠. 과연 국내 건설산업이 규제, 저성장, 낮은 배당 성향 등의 주가 하향 요소를 넘어서, 좋은 실적을 내고 높은 가치를 인정받게 될지 앞으로 더욱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

 

 

* 참고자료

- 뉴데일리 경제: https://biz.newdaily.co.kr/site/data/html/2021/09/30/2021093000112.html

- 유안타증권: https://www.youtube.com/watch?v=_igMT_kzbj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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