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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핫한 키워드 한 가지를 고른다면 메타버스를 선택하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명확한 실체가 있는 개념이 아니라서 이해하기 쉽지는 않지만, 다양한 매체에서 꾸준히 다루고 있어서인지 점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메타버스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하기도 전에, 이제는 NFT라는 개념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메타버스와 NFT는 보통 같이 언급되는데, 과연 메타버스와 NFT는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요? 오늘은 메타버스와 NFT가 어떤 관계이며,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같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메타버스와 NFT 사이의 관계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전에 개념부터 간단히 짚고 가보겠습니다. 우선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을 뜻하는 'meta'와 세계, 우주를 뜻하는 'universe'의 합성어로, 직역하자면 '초월한 세상'을 의미합니다. 위키피디아에는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전반적 측면에서 현실과 비현실 모두 공존할 수 있는 생활형·게임형 가상 세계'라고 정의되어 있죠. 그러나 메타버스를 '가상 세계'라고만 생각하기에는 한정적이고, '초월한 세상'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추상적이라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메타버스에 대해 다룬 책 <메타버스, 새로운 기회>에서는 메타버스를 '아바타가 살아가는 디지털 지구'라고 설명합니다. 즉, 자신을 대변하는 아바타가 생산적인 활동을 영위하는 디지털 세상이 바로 메타버스라는 것이죠.
다음으로 NFT는 Non-fungible token의 약자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을 의미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서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가상의 토큰으로, 디지털 파일에 대해 태그를 붙임으로써 원본 및 소유권을 증명하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거래 내역이 블록체인에 공개적으로 기록되어 쉽게 추적할 수 있으며, 창작자의 작품을 토큰화하면 포맷상의 차이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hwp, ppt 파일을 열기 위해 다른 프로그램 설치)를 방지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기존의 디지털 자산은 가치를 지니기가 어려웠습니다. 아무리 노력해서 디지털 작품 및 콘텐츠를 만들더라도, 복제되기가 매우 쉽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우리는 지금도 Ctrl+C, Ctrl+V (복사 및 붙여 넣기) 한 번으로 유명 작가의 그림이나 사진 파일을 여러 장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NFT의 등장으로 디지털 자산에도 ‘가치’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디지털 자산에 대해 블록체인 기반의 대체 불가한 고윳값으로 유일성이나 희소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디지털 자산의 ‘가치화’는 진정한 의미의 메타버스를 만들기 위해서 필수적입니다. 메타버스는 디지털에 존재하거나, 디지털을 활용하는 새로운 세계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세상에서 활동하고 현실과 똑같이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하는데요. 다양한 사람들이 콘텐츠를 소비하고 오랫동안 활동하기 위해서는 화폐를 바탕으로 한 경제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NFT는 디지털 자산에 유일성을 부여하여, 거래가 가능한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메타버스에서 NFT를 통한 디지털 자산의 유통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고유한 가치를 지닌 게임 아이템, 아티스트의 디지털 예술 작품, 디지털 명품과 부동산 등이 지금 이 순간에도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데요. 과연 메타버스와 NFT의 결합은 다양한 산업과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집행검은 리니지 게임에 등장하는 아이템으로 한국 온라인 게임에서 고가 아이템을 대표하는 존재입니다. 게임 아이템 하나가 현금으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유명해서, 리니지를 잘 모르는 사람도 많이 알고 있는 편이죠. 이러한 기존의 게임 아이템은 아무리 희소성을 갖고 있더라도, 게임이 더 이상 운영되지 않으면 소유권의 의미가 없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들어 많은 게임사는 이러한 게임 아이템을 NFT로 만들겠다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아이템을 다른 게임에서도 사용하고, 필요하다면 자유롭게 거래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죠. 현재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NFT 게임은 ‘위메이드’가 개발한 ‘미르4’인데요. 참고로 ‘미르4’의 드레이코는 흑철을 환전할 수 있는 게임 내 코인으로서 아직 대체 가능한 토큰(Fungible Token)이지 NFT는 아닙니다.
위메이드를 비롯해서 컴투스, 게임빌, 펄어비스, 카카오 게임즈, 넷마블, 엔씨소프트, NHN 등이 앞다투어 메타버스와 NFT에 관한 사업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미 해외의 ‘엑시 인피니티’나 ‘크립토 키티’ 게임은 NFT 게임의 대명사로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많은 기업이 NFT를 통해 아이템에 가치를 부여하고, 돈을 벌 수 있는 P2E(Play to Earn) 시스템 구축을 목표 삼을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과연 머지않아 다른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고, 소유권을 인증할 수 있는 집행검을 갖게 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지구 반대편에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까지 찾아갑니다. 그리고 세상에 몇 개밖에 없다는 전설적인 스포츠 선수의 카드를 갖기 위해 기꺼이 수십, 수백억 원을 지불하죠. 원작과 구분이 어려운 똑같은 예술품이나 카드를 쉽게 구할 수도 있지만, 그러한 것들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예술과 취미의 영역이 이제는 메타버스와 NFT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이 NFT로 제작한 ‘매일: 첫 5000일’이라는 작품은 6930만 달러에 판매되었고, 디지털 아바타 수집품을 판매하는 크립토펑크의 NFT 이미지 하나는 1170만 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는데요. 현재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의 NFT 트윗, 시계 NFT, 한국 프로야구 NFT 카드 등 수많은 NFT 작품과 수집품이 거래되었거나 준비 중에 있습니다.
메타버스와 NFT는 새로운 자산으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미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하나의 투자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고, 주식 시장에는 비트코인 선물 ETF가 상장되기도 했죠. 그리고 이제는 메타버스와 NFT 열풍을 타고 가상 부동산 투자가 활황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더 샌드박스’는 게임 속 아바타가 거래할 때 사용하는 샌드박스 코인을 이용해 가상 부동산이자 NFT인 ‘랜드’를 살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는데요. 현재 하나의 랜드는 약 550만 원으로, 서울 아파트 평당 가격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샌드박스에는 총 16만 개의 랜드가 있고, 땅 주인은 1만 6000여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어스 2’라는 기업은 구글 어스 정보를 바탕으로 지구와 동일한 크기로 가상 지구를 만들고 땅을 쪼개서 팔고 있습니다. 다른 플랫폼인 ‘업랜드’의 경우에는 건물과 교통시설 등을 옮겨와서 부동산을 활용해 임대료를 받고 재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부동산 경제 시스템을 메타버스에 구현한 것이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메타버스와 NFT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메타버스는 이미 시작된 피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며, 블록체인과 NFT를 통해 경제시스템까지 갖추게 되어 확산 속도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PwC에 따르면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019년 50조 원에서 2021년 175조 원으로 2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는데요. PwC는 메타버스 시장이 2025년까지 560조 원, 2030년까지 1,800조 원으로 (2021년 대비 약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한 점차 많은 기업과 개인이 메타버스와 NFT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근래에 NFT 관련 사업 계획을 발표한 국내 상장 기업만 20곳이 넘으며, 그 분야는 스포츠, 패션, 엔터테인먼트, 테크, 게임 등 다양한 범위에 걸쳐있습니다. 2021년 3분기에 NFT의 발행과 거래 모두 증가하면서, 이를 거래하기 위한 지갑의 수도 2021년 7월 말 이후 약 한 달 동안 3만 개에서 14만 개로 증가했습니다. NFT 거래액 역시 2018년 3,676만 달러에서 2021년 3분기 106.7억 달러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와 NFT에 대해 우호적인 사람들은 거품 논란에 대해서도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용하지 못하는 디지털 자산에 비싼 가격이 매겨지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지만, 이미 현실에서는 사용성이 없는 많은 현대 예술 작품과 수집품들이 고가에 팔리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메타버스와 NFT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2021년 10월, 메타버스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메타(구 페이스북) 산하 오큘러스의 자문을 맡고 있는 개발자 ‘존 카맥’은 ‘메타버스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영미권의 유력 게임 전문지 ‘PC 게이머’는 11월에 ‘메타버스는 헛소리(The metaverse is bullshit)’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하기도 했죠. 해당 칼럼의 필자는 메타버스가 ‘억만장자 너드들의 인터넷 열화판(worse version)처럼 들린다’고 말했습니다.
메타버스와 NFT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열풍은 거품이며,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지는 것에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우선 현실의 세계는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같이 존재하는 공간이지만, 가상 세계는 각각의 운영 주체가 있습니다. 아무리 큰 생태계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기업마다 다른 세계를 갖고 있을 것이며, 운영 주체가 바뀔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죠. 그리고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 수 없다면, NFT가 예술 작품이나 수집품과 같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은 그저 투기를 위한 거품에 가까울 것입니다.
무엇보다 현재 관련된 법과 정책이 없다는 것도 회의론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메타버스가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올해에는 MZ세대가 자주 찾는 제페토에서 욕설과 성희롱이 발생하여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메타버스가 확산될수록 이러한 문제는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며, 개인이 식별되지 않고 개별 플랫폼에서 운영되는 세계에서 법을 만들고 처벌하기란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법과 정책 기반이 부족한 것은 NFT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표적으로 얼마 전에 한국 실험미술 거장 이건용 작품을 둘러싸고 NFT 저작권 논란이 불거졌는데요. 한 업체가 이건용의 작품을 NFT로 출시한다고 발표하자, 작가가 저작권자인 자신의 허락이 없었다고 강력히 반발한 사건입니다. 메타버스와 NFT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수록 앞으로 이와 유사한 문제는 계속해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메타버스와 NFT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실제로 메타버스와 NFT가 시너지를 발휘하여 우리에게 새로운 문화와 세상을 만들어 줄지, 혹은 넘쳐나는 자금을 소화하기 위한 일시적인 투자 열풍으로 그칠지 앞으로 더욱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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