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어린 시절에 한 번쯤 게임하다가 혼나 본 적이 있지 않으신가요? 저도 초등학교 시절에 컴퓨터실에서 친구들과 스타크래프트를 하다가 선생님에게 들키거나, 집에서 게임보이와 닌텐도를 오래 하다가 혼났던 기억이 있는데요. 이렇듯 게임 산업은 모두에게 환영받는 분야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국내 게임 산업은 과소평가된 분야 중 하나입니다. 게임 산업은 한 해에 약 7조 8000억 원의 수출액을 기록하는데, 해당 금액은 최근 들어 더욱 각광받는 음악산업(K-Pop) 수출액보다 10배 이상 크고,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액의 약 70%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게임 시장은 약 17조 원 규모로, 크게 PC게임과 모바일 게임으로 구분됩니다. 전체 게임 산업에서 PC게임은 약 29%, 모바일 게임은 약 55%를 차지하는데요. 이미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모바일 게임은 2020년에도 21.4%의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었습니다. 반면 PC 게임은 1.5%로 성장이 둔화되었고, 아케이드 게임이나 PC방 등은 오히려 매출이 하락했습니다.
모바일 게임 매출의 성장에는 유명 PC게임의 IP(지적재산권)가 크게 기여했습니다. 2020년 매출 상위권을 차지한 '리니지2M'이나 '바람의 나라: 연'이 PC게임의 IP를 활용해서 성공한 대표적인 모바일 게임입니다. 그렇게 2013년 초반에는 팡류나 퍼즐류 등 캐주얼 게임이 인기였다면, 2016년 12월 '리니지2 레볼루션'을 시작으로 현재는 MMORPG가 모바일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하고 있죠.
※ 참조. RPG와 MMORPG란?
RPG란, Role Playing Game의 약자로 플레이어들이 각자 역할을 맡아서 진행하는 게임을 뜻하는데요. 유저가 게임 속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독서를 하며 이야기의 순서를 따라가는 소설의 주인공과 같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고 MMORPG(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는 온라인으로 연결된 여러 플레이어가 각자 역할을 맡아서 교류하고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의미합니다.
국내 게임 시장은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위기 또한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그 이유에는 크게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이 있습니다.
우선 내부적 요인으로는 RPG 게임의 편중과 과금 방식의 갈등이 있습니다. 2019년 국내 게임 시장에서 RPG(롤플레잉) 분야의 점유율은 52.4%로,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RPG 편중이 심화됨에 따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해지고 있죠. 또한, 확률성 아이템 수익에 의존하는 많은 모바일 게임의 과금 방식은 소비자들의 불만을 야기했습니다. 큰돈을 들여야만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데, 돈으로 산 아이템의 확률마저 공개되지 않는 몇몇 게임의 과금 방식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었고, 이슈가 커지면서 현재는 법제화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부적 요인 중 하나로 게임산업 규제가 있습니다. 일례로 얼마 전에 대표적인 청소년 게임 '마인크래프트'가 셧다운제로 인해 성인만 구입할 수 있도록 바뀌어서 이슈가 되었는데요. 이처럼 몇몇 규제들은 국내 게임 생태계 활성화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에만 적용되는 규제들은 추가적인 인력과 비용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이는 게임 산업을 지원하는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 게임 회사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폴란드의 경우 게임을 혁신산업으로 분류하여 게임 산업을 지원하고, 중국은 2012년부터 게임을 11대 중점산업에 포함하며 자국 게임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보호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다른 외부적 위기로는 경쟁의 심화가 있습니다. 클래시 오브 클랜, 브롤스타즈 등을 개발한 핀란드 회사 '슈퍼셀'이나 원신을 개발한 중국 회사 '미호요' 등 많은 글로벌 게임사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며 경쟁이 심화된 것인데요. 특히 중국 게임의 성장이 눈에 띕니다. 2020년에 중국에 진출한 한국 게임은 (판호를 발급해주지 않아서) 1개인 반면, 같은 기간 중국 게임은 한국에 약 200개가 출시되었습니다. 그리고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분야에서 상위 20개 중 6개는 중국 게임이 차지하고 있죠.
※ 참조. 판호란?
판호(版號)란 중국 내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는 권한으로, 중국 정부의 콘텐츠 심사를 통과해야만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판호가 없으면 모바일 게임을 앱스토어에 등록할 수도 없죠. 주로 디지털 보호무역주의의 수단으로 여겨지며, 사드 사태 이후 한국 게임에 대해 판호를 거의 내주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장조사 업체 뉴주에 따르면 2020년 세계 게임 시장 규모는 1460억 달러(약 179조 650억 원) 규모라고 합니다. 특히 코로나 사태가 확산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모바일 게임을 즐기게 되면서, 글로벌 시장 역시 국내와 마찬가지로 모바일 게임 분야가 가장 크게 성장했습니다.
특징적인 변화 중 하나는 중장년층의 게임 이용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인데요.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퓨처소스'는 직장에서 은퇴한 이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모바일 게임에서 친구 혹은 지인을 만나는 경우가 늘어났고, 이로 인해 포커나 퍼즐과 같은 게임의 인기가 증가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외에도 2020년 글로벌 게임 산업의 특징으로 '콘솔 게임 분야의 큰 성장'(19%의 성장률)과 RPG, 슈팅, 액션 등의 장르가 강세인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간편하고 직관적인 캐주얼 게임이 선방했다는 사실 등이 있습니다.
※ 참조. 글로벌 게임 배급사 순위
앱애니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배급사는 텐센트(중국)였으며, 넷이즈(중국), 플레이릭스(아일랜드), 액티비전 블리자드(미국), 징가(미국)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총 52위까지 발표됐는데, 순위에 포함된 국내 배급사로는 넷마블(8위), 엔씨소프트(18위), 게임빌(49위), 더블유게임즈(52위)가 있습니다.
게임 산업은 이미 큰 규모를 이루고 있지만, 추후 성장성도 기대해 볼만 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e스포츠 시장이 아직 태동기라는 것인데요. e스포츠는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2022년에 예정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습니다. 사실 이미 2020년 e스포츠 시청자 수는 유럽 전체 인구보다 많은 5억 명을 넘었으며 가장 인기가 많은 롤(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우, 챔피언쉽 결승전에서 5천만 명의 동시 시청자 수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알리스포츠, 텐센트 등의 중국 게임사들의 주도로 스포츠화가 진행 중이며, 올림픽 종목에 넣기 위한 노력도 지속되고 있죠.
많은 인기와 시청자 수에도 불구하고 아직 e스포츠 시장은 1.1조 원 규모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는 유럽 5대 축구리그 시장규모의 6%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그만큼 e스포츠 산업은 발전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앞으로 소규모 대회에서 '프랜차이즈형 리그'로 변화하고 스폰서쉽이 증가한다면, 시장의 규모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입니다.
예전에는 게임을 다운로드하는 것이 당연시되었다면, 이제는 게임도 '스트리밍'을 통해 즐길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영상을 다운로드 없이 이용하듯이 게임도 클라우드를 통해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앞으로는 개별 게임의 매력도 중요하지만, 게임 플랫폼에서 유저에게 맞는 게임을 추천해주는 것이 중요해질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기존 대형 게임사의 영향력은 약화되고 다른 인디 게임 회사들은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되겠죠?
또한, 앞으로 게임은 단순 오락을 넘어서 삶의 일부분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많은 MZ 세대들은 '로블록스'라는 게임에서 친구랑 만나서 놀고, '포트나이트'에서 가수의 공연을 감상하기도 하죠. 이렇듯 게임은 차세대 삶의 공간인 메타버스로서도 큰 의미와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렇듯 게임 산업은 빠르게 변화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데요. 이런 매력적인 시장에서 국내 게임사들이 성공적으로 변화에 적응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을지 앞으로도 관심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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