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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정 분석: 일본 반도체 산업은 죽지 않았다

산업 분석

by 호박너구리의 분석블로그 2021. 6. 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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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운드리, 팹리스와 같은 반도체 생태계에 관한 용어를 모르신다면 이전 콘텐츠를 읽고 와주세요:) 

 

반도체 강국이라고 하면 어떤 나라가 먼저 떠오르시나요? 보통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분야는 한국과 대만,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미국을 많이 생각하죠. 그러나 사실 일본도 세계에서 큰 영향력을 자랑하는 반도체 강국 중 하나입니다. 오늘은 일본이 (인텔이나 TSMC같은 유명한 기업이 없어도) 반도체 강국으로 평가받는 이유에 대해 '반도체 공정'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일본 반도체 산업의 과거

사실 일본은 전통적인 반도체 왕국이었습니다. 일본은 과거 1970년대 석유파동과 80년대 조선업 구조조정 등을 겪으며 국가 산업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경제를 이끌어 줄 첨단산업의 필요성을 느끼고 반도체 산업을 국가 주도로 성장시켰죠. 결국 1980년대 세계 반도체 기업 상위권의 절반 이상이 일본 기업일 정도로, 일본은 시장을 잠식해나갔습니다. 특히 1987년 전세계 D램 시장에서 일본의 점유율은 80%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80년대 들어서 일본의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아지자 미국은 통상압박을 통해 1986년에 '미일 반도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협정에 따라서 일본은 1992년까지 일본 내 미국산 반도체 점유율을 당시 10% 수준에서 20%로 높였습니다. 또한 기존의 반도체 저가 수출을 중단하고 미국의 대일본 반도체 직접투자 금지도 철폐해야 했죠. 이후 한국이 신흥 반도체기술국으로 떠오르며 많은 일본 반도체 기업이 파산했고,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그렇게 하락세를 겪었습니다.

 

여기까지가 흔히 아는 일본 반도체 산업의 상황입니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반도체 산업에서 핵심 역량을 지녔다고 평가받는데요, 그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 우선 반도체 생산 공정에 대해 알아봅시다!

 

# 반도체 생산 공정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공정을 거쳐야 합니다. 순서대로 살펴볼게요.

 

(1) 웨이퍼 제조

웨이퍼는 (뉴스 자료화면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얇은 원형 판으로, 반도체 회로를 그리기 위한 도화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웨이퍼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우선 실리콘 원석을 가열해서 둥근 원통모양의 금속 덩어리(잉곳)를 만들어 줍니다. 이후 잉곳을 얇게 자르고 매끄럽게 만드는 연마/세정 과정을 거치면 우리가 아는 웨이퍼가 되는 것이죠.

 

(2) 산화 공정

그 다음으로 웨이퍼 위에 그려지는 배선들이 합선되지 않도록 보호막을 만드는 산화 공정을 거치게 됩니다. 쇠가 공기에 오래 노출되면 녹이 생기는 것처럼, 웨이퍼에 높은 온도의 산소를 노출시켜 산화막을 만드는 것이죠.

 

(3) 포토 공정

이제 웨이퍼에 밑그림을 그리는 포토 공정 차례입니다. 우선 회로를 그리는 과정에서 빛이 사용되는데요, 빛이 닿는 영역에 맞게 회로가 그려질 수 있도록 감광액(포토레지스트)을 도포합니다. 그리고 회로 패턴이 그려져 있는 마스크에 노광장비를 사용하여 빛을 통과시켜줍니다. 이 과정을 거치고나면 웨이퍼 위에 원하는 회로 패턴이 그려지게 됩니다.

 

(4) 식각 공정

이제 필요한 회로 패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제거해줍니다. 기체나 액체를 이용하여 산화막을 부식시키기 때문에 식각 과정이라고 부르는데요, 패턴이 그려져있지 않은 부분의 산화막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5) 박막 및 증착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웨이퍼는 아직 반도체가 아닙니다. 전기적인 성질을 갖기 위해서는 이온을 주입하는 과정이 필요한데요, 불순물을 주입하여 전도성을 갖게 만드는 것입니다. 또한 반도체는 박막이라고 불리는 여러개의 얇은 층으로 이루어져있는데, 그렇게 박막을 쌓는 증착 공정을 수행한 후, 다시 포토공정과 식각공정을 반복하며 원하는 회로 패턴을 형성해나갑니다. 

 

 

(6) 금속 배선 공정

반도체 소자들을 동작시키기 위해서는 외부의 전기가 공급되어야 합니다. 금속 배선 공정은 외부의 전기 공급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회로패턴에 따라 전기 길(금속선)을 연결하는 과정입니다.

 

(7) 테스트 공정

개별 칩이 원하는 품질 수준에 도달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배선이 연결된 반도체는 테스트 공정을 거치게 됩니다.

 

(8) 패키징 공정

패키징을 위해서 우선 웨이퍼를 얇고 균일하게 갈고, 알맞은 사이즈로 절단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리고 금속 기판에 전선을 연결하고 밀봉한 후 제품명을 새기면 반도체 생산이 완성되는 것이죠.

 

 

# 일본 반도체의 현재

사실 일본의 반도체 산업에 대해 말하면서 중간에 반도체 공정을 설명드린 이유는 일본이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소재, 부품, 장비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소재 분야에서 일본과 협력을 끊기는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일본은 소재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슈 이후에 우리나라가 자급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포토 공정에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와 같은 몇몇 주요 소재 수입 비중은 여전히 약 90%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부품 분야에서도 전자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MLCC(적층 세라믹 캐퍼시터)는 삼성전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본 기업이 시장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장비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는데요, 우선 노광 공정에서는 네덜란드의 ASML을 제외하면 전통적으로 일본의 니콘과 캐논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쿄 일렉트론(Tokyo Electron)이라는 회사는 식각, 세정, 증착, 열처리 등 여러 공정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무려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4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가 단위로 보면 일본은 미국에 이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반도체 장비 산업국입니다.

 

※참고. 2019년 반도체 장비시장 점유율

1위.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점유율 18.8%, 2021년 현재 시가총액 2위

2위. ASML: 점유율 17.6%, 2021년 현재 시가총액 1위

3위. 램리서치: 점유율 16.8%, 2021년 현재 시가총액 3위

4위. 도쿄 일렉트론: 점유율 16.7%, 2021년 현재 시가총액 4위

 

이외에도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소니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르네사스가 3위를 달성하는 등, 일본은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토대로 반도체 산업을 탄탄하게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탄탄한 기초를 토대로 도약을 준비하는 일본, 파운드리 역량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기술을 발전시키는 대만, 기초부터 설계 역량까지 골고루 뛰어난 최강자 미국까지, 다양한 국가들이 반도체 산업에서 성장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이 반도체 주도권을 갖기 위해 경쟁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반도체 산업이 어떻게 흘러갈지 더욱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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