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금호석유화학, 롯데케미칼... 모두 한 번쯤은 들어본 기업들이죠. 그런데 해당 기업들이 속한 석유화학 산업에 대해서도 잘 알고 계신가요? 석유화학은 정유, 철강, 제지, 유리와 같이 다른 제품의 원료가 되는 '소재 산업' 중 하나입니다. 마커, 보드, 에어컨 껍데기, 샤시, 자동차 내장재, 휴대폰 케이스 등 우리 주변에 있는 많은 것들이 석유화학 기업이 생산한 제품으로 만들어지는데요. 석유화학 기업이 만든 소재는 완제품과 달리 우리 눈에 잘 안보이기 때문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죠.
오늘은 그런 석유화학 산업에 대해 어떤 생태계를 갖추고 있고, 어떤 제품을 만들어내는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기술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니 부담되신다면 참조 부분들은 넘어가셔도 됩니다)
소재 산업은 크게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소재 산업은 B2B(Business to Business)라는 특징이 있는데요. 일반적인 소비재와 달리 마케팅 영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갤럭시나 아이폰과 같은 핸드폰은 마케팅에 따라 판매량이 달라질 수 있지만, 원료와 같은 소재는 기업간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업황에 따라 전체적으로 매출이 다 같이 좋아지거나 다 같이 나빠집니다.
그리고 소재 산업은 수급(수요와 공급)이 매우 중요합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원료는 주로 기업간에 거래가 이루어지기에 가격과 판매량은 전체적인 산업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마지막으로 소재 산업은 제품의 가격 자체보다 납품가격과 원재료 가격의 차이인 '스프레드'가 중요합니다. 생산한 제품을 아무리 높은 가격에 팔거나 많은 수량을 판매하더라도,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 가격의 변동이 크기 때문에 그 차이(스프레드)를 늘리는 것이 수익성의 핵심이 되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대표적인 에너지원은 석탄, 석유, 그리고 셰일가스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석유나 셰일가스와 같은 에너지원은 정유산업에 필요한 원재료가 되는데요. 에너지원을 원료로 생산된 정유산업의 제품이 석유화학 산업의 원재료가 되기 때문에 에너지 산업을 석유화학 산업 생태계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참조. 에너지 산업과 지구온난화의 관계
석탄, 석유, 셰일가스는 모두 (고체, 액체, 기체라는 형태만 다른) 비슷한 화석 연료인데요, 이는 탄소(C, Carbon)와 수소(H, Hydrogen)가 결합된 형태입니다. 그리고 탄화수소는 연소되면 열 에너지가 발생합니다. 그 결과로 수증기(H2O)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 불리는 이산화탄소(CO2)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에너지원은 탄소와 수소로만 구성되어 있어야하는데 땅 속에 오래 묻혀있다보니 질소나 황 등의 다른 물질이 붙게되고, 질소나 황이 에너지원과 같이 연소되면 이산화질소나 이산화황(배기가스)이 배출되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정유산업은 에너지원을 원재료로 삼아서 제품을 생산합니다. 정제탑에 석유를 넣고 끓이면 끓는점이 낮은 순서대로 LPG, 납사/휘발유, 등유/경유, 벙커C유(중유), 아스팔트가 생산됩니다. (그리고 보통 휘발유, 경유, 납사, 등유/벙커C유 순서로 수익성이 좋다고 합니다.)
생산한 제품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데요. 휘발유는 자동차에 사용되고, 등유는 난방에 사용되며, 벙커C유는 조선업에서 소비되고, 아스팔트는 건설업에서 소비됩니다. 그리고 '납사'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 석유화학 산업의 원재료로 사용됩니다.
※ 참조. 셰일가스를 원재료로 하는 석유화학 산업의 원료도 있다.
'납사'를 주재료로 하는 석유화학 산업 공정은 NCC라고 하는데요, 사실 석유가 아니라 셰일가스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에탄 가스를 주 원재료로 사용하는 공정(ECC)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에너지원 중에서 석유를 많이 사용했었고, 우리나라나 유럽, 일본 등은 주로 납사를 원재료로 하는 NCC 공정을 이용하기 때문에, 아래에서도 '납사'를 원재료로 하는 과정에 대해서 중심적으로 설명하였습니다.
정유산업이 석유와 같은 에너지원을 끓여서 LPG, 납사 등의 제품을 만든것과 유사하게 석유화학 기업은 납사를 끓여서 제품을 생산합니다. 납사를 끓이면 끓는점에 따라 대표적으로 네 가지 성분(기초유분)이 나오는데요. 바로 에틸렌(C2), 프로필렌(C3), 부타디엔(C4), 그리고 BTX계열(C6: 벤젠, 톨루엔, 자일렌)입니다.
생산한 네 가지 성분을 통해서는 주로 '합성수지'(플라스틱), '함섬원료'(섬유), '합섬고무'(고무) 라는 세 가지 종류의 제품을 만들게 됩니다. (이 외에도 페인트, 세제, 화장품 등 기타 화학제품의 소재를 생산하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석유화학 산업은 납사를 원료로 4가지 성분을 뽑아내고, 크게 3가지 종류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산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참조. 석유화학 제품별 상세 종류
우선 합성수지에는 5대 소재라고 불리는 재료가 있는데요, 바로
1. PE(폴리에틸렌, 범용 플라스틱으로 비닐봉지나 세수대야 등으로 사용됨)
2. PP(폴리프로필렌, 샴푸통과 같이 색깔있는 플라스틱으로 사용됨)
3. PVC(폴리염화비닐, 장판이나 샤시 등 건설 분야에서 많이 사용됨)
4. PS(폴리스티렌, 가전제품에 주로 사용됨), 그리고
5. ABS(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틸렌, 주로 백색가전에 많이 사용됨)입니다.
그리고 함섬원료에는 크게 PET(폴리에스테르, 면 대신 사용), 아크릴(울 대신 사용), 나일론, 스판덱스가 있습니다.
또한 합성고무에는 타이어에 사용되는 BR, SBR과 장갑 등에 사용되는 NB-Latex가 있습니다.
앞에서 소재 산업은 산업 전체의 업황에 따라 수익성이 많이 달라진다고 했죠. 실제로 석유화학 산업은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대표적인 순환(cycle) 산업입니다. 예를 들어 유가가 올라가면 에너지 기업의 시추가 증가하고, 더 많은 석유가 생산되어 정유산업의 발주가 증가할 것입니다. 정유산업의 생산이 늘면 석유화학 산업의 원료인 납사의 공급도 증가하고 이는 석유화학 기업의 수익성을 좋게 만들어주겠죠. 그런데 지속적으로 공급이 늘면 결국 가격이 떨어질 것이고, 발주가 감소하여 다시 석유화학 산업은 불황을 맞이하게 되며 이러한 과정은 반복됩니다.
그런데 산업의 업황에 따라 수익성이 좌우된다고 하면, 개별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기업 수익의 방향이 업황을 따라가기는 하지만 기업 간에도 경쟁우위나 차별점은 있습니다. 우선 납사를 끓여 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정을 운영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원재료(납사)에 비해 생산되는 소재의 비중은 70%가 안된다고 하는데요, 이 비중을 늘려나가는 것이 중요한 기술입니다. 또한 석유화학에는 다양한 소재가 있었는데, 기업별로 상대적으로 많이 생산하는 소재가 있기 때문에 소재별 시장 상황에 따라 기업간 수익성에 차이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오늘은 석유화학 산업의 생태계와 제품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았습니다! 앞으로 석유화학 기업을 비롯한 소재 산업에 대해 분석하거나 투자하실 때 보다 자세히 이해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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