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기술의 발달 과정: 왜 많은 신기술은 대중화되지 못하고 사라질까?

경제 및 경영

by 호박너구리의 블로그 2021. 2. 5. 18:30

본문

[이 글은 종합 경제 뉴스레터, 위클리 호박너구리에 먼저 작성한 글입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를 받아보고 싶다면 구독을 신청해 주세요.]

 

위대하고 신기한 기술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우리의 일상으로 자리잡아 벌써 거대한 생태계가 구축된 산업이 있고, 아직 간간히 기술만 나오면서 쉽게 접해보지 못한 것도 있죠. 예를 들어 스마트폰은 처음에는 엄청난 기술이었는데,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삼성이나 애플같이 해당 시장에서 성공하여 큰 기업가치를 자랑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반면에 VR기기나 스마트안경 등의 기술은 아직 많이 보급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기술/산업마다 대중화 정도는 매우 다릅니다. 그렇다면 과연 기술은 어떤 단계를 거쳐 발달하며, 반짝 눈길을 사로잡았다가 사라지는 신기술들은 왜 대중화되지 못한 걸까요? 오늘은 예시와 함께 이러한 과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기술의 발달 과정: 캐즘 극복의 중요성

 

글의 서문에서 VR에 대해 얘기드렸죠. VR이라는 용어는 1989년부터 사용되었는데요, 1940년대 미국 공군이 개발한 비행 시뮬레이터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니 VR기술의 역사는 꽤 오래된 셈입니다. 그런데 정작 지금까지도 VR기기를 갖고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바로 이렇게 '신기술이 개발된 후, 대중화되기까지 성장이 정체되는 현상'을 캐즘(Chasm)이라고 합니다.

상단의 이미지는 기술 확산 이론에 대한 이미지입니다. 보통 시장점유율에서 2.5%정도까지 '이노베이터', 그 이후 13.5%(16%까지)를 '얼리어답터'라고 하며, 캐즘의 기준을 점유율 16%정도로 말합니다. 이는 '모든 기술이 대중화되는 것이 아니라 캐즘을 뛰어넘는 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데요, 대다수의 기술은 얼리어답터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글 글래스나 3D스캐너도 그 중의 하나겠지요.

 

그러나 캐즘을 뛰어넘기만 하면, 대중화의 확산속도는 매우 빨라집니다. 침투율이 10% 미만일 때 평균 연간 성장율은 1%이지만, 침투율 10~30% 구간에서는 연간 성장율이 3.8%, 침투율 30~50% 구간에서는 연간 성장률이 5.4%까지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캐즘만 넘어가면 대중화의 속도는 빨라지지만, 정작 캐즘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실제로 신기술이 대중화되려면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예시1) 자동차 산업: 초기에는 전기차가 더 많았다!

 

현재의 가솔린 자동차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자전거가 존재했습니다. 새로운 디자인, 공기 타이어 등의 기술 발전으로 1895년부터 1897년까지 영국에서 자전거 붐이 있었는데, 실제로 관련 주가가 급등한 기간이었다고 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전기차도 존재했습니다. 전기차가 개발된 것은 가솔린차보다 빠른 1832년인데요, 1900년정도까지만 하더라도 단거리 운행이 많고 작동이 간편해서 전기차는 인기를 끌었습니다. 1900년에 미국의 가솔린 자동차 등록대수가 약 900대인것에 비해 미국 전기차 등록대수는 약 1600대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5년 뒤인 1905년에는 전기차 등록대수가 약 1400대, 가솔린 자동차 등록대수가 약 18700대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가솔린차의 가격 경쟁력도 있으나, '도로 인프라'도 중요한 요소로 꼽힙니다. 기존 전기차가 인기를 끌었던 것은 단거리 운행이 많았기 때문인데, 도로가 점차 확장되면서 가솔린 전기차의 경쟁력이 상승한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자동차의 침투율이 캐즘인 16%를 넘어갈 1910년대는 도로 인프라가 빠른 속도로 확장되던 시기였습니다. 그렇게 도로 인프라가 확산되며 자동차 시장이 성장하였고, 추후 가격이 하락하여 대중화가 확산되었습니다.

 

 

#예시2) 스마트폰 산업: 네트워크 확장에 따른 변화와 과점화

 

스마트폰이 나타나기 이전에는 피쳐폰과 MP3 등의 시장이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2007년에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 3G/4G 등의 네트워크가 확산되며 스마트폰의 침투율은 빠르게 성장했고, MP3와 같은 디바이스의 시장은 대중화되지 못하였습니다. 스마트폰 산업에서도 네트워크라는 인프라의 확산이 침투율 상승을 가속화시킨 것입니다.

 

그렇게 시장 침투율 10% 전후에서 안드로이드 OS가 탄생했고, 침투율 20%(2007~2010년)까지는 많은 기업이 진입하고 경쟁하는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그리고 침투율이 20%가 넘어가면서 스마트폰 가격인하가 가속화되었는데요, 이때부터 애플과 삼성 중심의 과점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위의 두 예시를 보면 캐즘을 넘어 기술이 대중화되는 길목에서 "인프라의 확산"이 큰 역할을 했는데요, 이처럼 특정한 기술이 성장할 때 해당 기술의 대중화를 뒷받침해주는 관련 요소들(네트워크, 지식, 데이터 등)이 함께 확산되는 경우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AI 기술에 대한 학문적 관심은 1950년대부터 태동되었으나 AI 학습에 필요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인터넷을 통해 널리 수집되기 시작하고 많은 데이터를 빨리 처리할 수 있는 CPU, GPU가 더욱 발달한 이후부터 상업적 연구 및 적용이 크게 확산된 점도 연결해서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네요!

 

 

#기술의 대중화 흐름과 차세대 성장산업

 

보통 시장이 생성되는 초기(점유율 0~10%)에는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고 경쟁하는데, 산업이 전체적으로 상승하다보니 경쟁의 비용을 상쇄하며 다같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캐즘을 넘을 즈음(점유율 10~20%)에는 시장이 여전히 성장하지만, 퇴출기업이 발생하며 몇몇 기업만 성장하게 되죠. 이후 침투율이 50%가 될 때까지 과점화가 발생하며 해당 과점기업에게 성장이 집중됩니다. 침투율 50% 이상부터는 시장 성장속도가 점차 하락하고 성장세도 줄어들게 되는 모습을 보이죠. 그리고 자동차와 스마트폰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먼저 등장한 이후 인프라의 강화는 새로운 대중화를 이끌기도 합니다.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를 얘기합니다. 2020년에 전기차 산업의 침투율은 약 4%라고 합니다. 기관마다 예측치가 다르지만, 전기차가 캐즘인 16% 정도의 침투율을 넘는 시기는 2025~2030년 정도로 전망됩니다. 중간에 캐즘에 빠져 성장이 정체되지 않으려면 인프라의 확산이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전세계적으로 친환경과 탄소배출량 0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충전소 등의 관련 인프라도 빠르게 확산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추후에 또 어떤 기술이 대중화가 될지 확신할수는 없으나, 앞으로 신기술을 접할 때 현재 침투율이 어느 정도인지, 대중화되려면 어떤 요소가 뒷받침되면 좋을지 등을 함께 생각한다면 보다 깊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728x90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