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IT산업과 경영 뉴스레터, 위클리 호박너구리에 먼저 작성한 글입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를 받아보고 싶다면 구독을 신청해 주세요.]
농장1과 농장2는 각각 100원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볼게요. 그리고 호박너구리는 각 농장 지분의 50%를 갖고 있다고 하죠. 그렇다면 호박너구리 자체의 가치는 최소한 100원 이상일 것입니다! 호박너구리의 지분만 팔아도 각각 50원씩해서 100원이 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실제로 호박너구리의 가치는 시장에서 100원도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호박너구리는 '지주회사'이고 각 농장들은 자회사를 뜻합니다. LG가 지주회사라면 그 밑의 'LG화학', 'LG전자',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이 자회사인 것이죠. 지주회사의 가치가 갖고있는 지분의 가치보다도 작은 경우가 많다고 제가 방금 말했는데요, 사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도대체 왜, 어떤 이유로 모회사의 가치가 저평가되는 것일까요?
우선 위에서 LG에 대해 말했으니, LG를 계속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11월 넷째주 종가 기준으로 LG의 시가총액(우선주 포함)은 약 13.1조원입니다. 그리고 LG화학의 시가총액(우선주 포함)은 약 60조 원입니다. LG는 LG화학의 주식을 약 33% 갖고 있으니 20조원 가치의 주식을 보유한 셈입니다. 아직 다른 자회사 가치를 계산하기도 전에 이미 보유한 주식의 가치만 (주)LG 자체 시가총액보다도 큰 상황입니다.
(LG는 LG화학 외에도 LG하우시스 약 33.5%, LG생활건강 약 34%, LG전자 약 33.7%, LG유플러스 약 36% 등의 자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호박너구리 회사가 100만원을 갖고있는데 시장에서는 회사 전체가 50만원에 팔리는 셈인 것이죠!
예시를 하나 더 들어볼까요? 11월 넷째주 종가를 기준으로 삼성의 지주회사로 평가받는 삼성물산은 시가총액이 약 23조원입니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약 458조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약 52.8조원입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약 4.61%,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을 약 43.44% 갖고있으니 두 회사의 주식만 약 44조원(21.1조원 + 22.9조원)어치를 가진 셈입니다. 삼성물산 역시 시가총액이 갖고 있는 주식의 가치에 비해 낮게 형성되어있네요!
(삼성물산은 이외에도 삼성생명 19.34%, 삼성SDS 17.08%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 참고: PBR이라는 개념과 연관이 깊어요!
시가총액에서 회사가 갖고있는 총 자산을 나눈 비율을 PBR(Price to Book Ratio)이라고 하는데요, 회사가 갖고있는 자산의 가치(돈이라고 할게요)에 대비한 회사의 가격 비율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LG는 올해 9월 기준 PBR이 0.64인데, 이는 가진 자산(돈)이 100원일 때 회사의 가치가 64원인 상황을 뜻합니다.
지주사들의 할인된 평가에 대해서는 여러 이유가 거론되는데요, 간략하게 요약해보았습니다.
우선, 지주회사는 선별적 투자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만약 투자자가 전자회사에 투자하고 싶으면 LG전자 주식을 구매할 것이고, 화장품이나 생활용품에 투자하고 싶다면 LG생활건강의 주식을 살 것입니다. LG를 비롯해서 몇몇 지주회사는 여러 사업분야에 걸쳐있기 때문에 지주회사를 산다는 것은 종합적인 투자를 하는 셈이죠. 그래서 지주회사는 한 기업에 대한 주식이지만, 선별적으로 투자가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자회사와 종속적인 관계입니다.
모든 자회사가 다 잘되면 좋겠지만, 항상 그러기는 어렵습니다. 자회사 중 한 곳의 사업이 어려워져서 파산에 가까워지는 경우도 많은데요, 그럴 때에는 보통 지주회사에서 지원을 합니다. 이렇듯 지주회사는 자회사와 종속적인 관계라는 점이 투자자에게 있어서 망설임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주회사는 소액주주의 권한 발현이 어렵습니다.
보통 지주회사는 소유주의 지분이 40~60% 이상으로 실 소유주의 지배력이 높은 편입니다. 그렇다보니 대주주의 영향력이 강할 수밖에 없고, 소액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이런 점은 투자의 매력도를 떨어뜨리기도 하죠.
마지막으로 자산의 대부분이 변동성 높은 주식이라는 점도 있습니다.
주식은 매일 가격이 바뀝니다. 즉 변동성이 높은 자산이라는 뜻이죠. 이렇듯 지주회사 자산의 상당 부분은 자회사들의 주식이기 때문에, 지주회사의 자산은 변동성이 높고 불안정합니다. 자산의 불안정성은 높은 리스크를 뜻하고, 이는 곧 자산의 디스카운트로 이어집니다.
여러 단점을 말했지만, 사실 지주회사에게는 장점도 있습니다.
첫 번째 장점은 바로 '안정성'인데요, (갖고 있는 주식은 불안정한 자산이라고 해도) 다양한 자회사를 갖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여러 분야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가 생깁니다. 이는 한 사업이 어려워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리스크 감소 효과를 만들어 줍니다.
두 번째 장점은 다른 주식에 비해 '고배당'이라는 점입니다. 지주회사는 대부분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아서 수익을 현금화하여 가져가기 위해 높은 고배당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전반적인 지주회사의 가치에 대해서 얘기해보았는데요, 지주회사가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지, 투자하기에 본인의 성향과 잘 맞는지 등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되었기를 바라요:)
MZ세대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되는 법 (MZ세대의 특징) (0) | 2021.01.17 |
---|---|
시장은 어려운데 왜 주식 가격은 상승할까? (0) | 2021.01.10 |
연말이면 더욱 주목받는 배당주, 자세히 알아보자! (0) | 2020.12.23 |
대한항공의 아시아나인수, 경영권을 위한 묘책!? (0) | 2020.11.18 |
LG화학으로 알아보는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0) | 2020.11.10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