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위 배터리 기업 CATL, 삼성을 비롯한 수많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만드는 퀄컴, 세계 최대 통신 기업 AT&T. 이들은 모두 경제나 주식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본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입니다. 오늘 다룰 회사는 이들보다 높은 시가총액을 자랑하지만, 사람들에게 보다 덜 알려져 있습니다. 바로 세일즈포스(Salesforce)인데요. 오늘은 시가총액 기준 세계 100대 기업이자, 글로벌 CRM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세일즈포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세일즈포스를 세계 최대 CRM 기업이라고 소개했습니다.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은 고객 관계 관리를 뜻하는데, 쉽게 기업용 소프트웨어 서비스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보통 많은 직장인이 알고 있는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기업 인트라넷, 회계 관리 서비스, 재고 관리 서비스 등을 통합한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 관리) 프로그램일 것입니다. 그러나 CRM은 조금 다릅니다. ERP가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면, CRM은 고객 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적합한 고객을 타겟팅하고, 고객을 세분화하고,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는 것 모두 CRM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세일즈포스 이전에도 CRM은 존재했습니다. 다만 부서 간 고객 관리 시스템이 통합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는데요.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전화 상담하거나, 매장에 방문하거나, AS를 받을 때 매번 똑같은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세일즈포스는 이러한 문제점을 깨닫고 회사의 모든 팀이 고객 데이터를 잘 수집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CRM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으로 방문 예약을 한 고객이 매장에 찾아갈 때, 기업은 고객이 선호하는 제품을 미리 파악하여 준비해둘 수 있습니다. 또한 고객이 제품을 구입해서 집에 돌아가면 사용법을 이메일로 보내주고, 추후 AS를 요청하면 따로 구입했던 제품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많은 서비스가 온/오프라인으로 확장되며 기업과 고객 사이의 접점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CRM의 역할도 더욱 각광받고 있는데요. 고객의 온라인 활동이 증가할수록, 데이터를 모아서 시각화해주거나 AI를 통해서 각 단계별로 고객 만족을 최대로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을 제안하는 CRM 시스템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일즈포스를 설립한 마크 베니오프는 196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게임 특성화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15살에 'How to Juggle'이라는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였고, 이때 얻은 이익으로 리버티 소프트웨어(Liberty Software)라는 기업을 설립하여 비디오 게임기 '아타리 8비트'용 게임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베니오프는 대학 진학을 위한 충분한 학자금을 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남부 캘리포니아 대학(USC,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 진학한 베니오프는 중요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실리콘밸리의 신생 기업 애플에 인턴으로 입사하여 매킨토시 부서에서 근무하게 된 것입니다. 베니오프는 이때 스티브 잡스를 만나고 우상이자 목표로 생각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베니오프는 2013년 세계 최대의 스타트업 콘퍼런스에 연사로 나와 "스티브 잡스는 나의 위대한 멘토였다. 그가 없었다면 세일즈포스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 베니오프는 세계 최대의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기업 오라클(Oracle)에 입사했습니다. 그는 오라클에서 승승장구했는데, 입사 1년 차에 '올해의 신인'으로 선정되고 3년 차에 26세의 나이로 최연소 부사장에 임명된 것입니다. 이후 약 10년 간 그는 오라클에서 영업, 마케팅 및 제품 개발 분야의 다양한 임원직을 역임하며 오라클의 성장을 견인했습니다.
베니오프가 오라클에서 계속 근무했다면 CEO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CRM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고, 오라클의 대표이던 래리 엘리슨을 찾아가 투자를 요청했습니다. 래리 엘리슨이 투자 요청에 응하며, 베니오프는 1999년 파커 해리스, 데이브 모엘렌호프, 프랭크 도밍고 등 여러 업계 전문가와 함께 세일즈포스를 설립하게 됩니다.
당시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설치형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프로그램 하나를 위해서 비싼 금액을 지불해야 했으며, 설치 과정도 매우 복잡했습니다. 그리고 버전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프로그램을 새로 구입해야 했는데, 이로 인해 기업 내부에서 프로그램끼리 버전이 달라 호환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파워포인트 2013에서 만든 파일이 파워포인트 97에서 깨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세일즈포스는 이러한 설치형 프로그램의 단점을 지적하며 '소프트웨어의 종말(The End of Software)'이라는 메시지를 만들었습니다. 골치 아프게 매번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말고 편하게 구독해서 사용하면 된다는 내용의 캠페인이었는데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나 어도비를 비롯한 수많은 소프트웨어 기업이 사용하는 구독 방식(SaaS, Software as a Service)을 세일즈포스가 개척했던 것입니다.
월 65달러에 이용할 수 있는 CRM 서비스로 시작한 세일즈포스는 이러한 혁신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고객 관리에 필요한 기능을 하나씩 추가해나갔으며, 2004년에는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에 태블로를 18조 원에 인수하고 2020년에 슬랙을 30조 원에 인수하는 등 세일즈포스는 2006년 이후 약 40개 기업을 인수 합병하며 역량을 확장해나갔습니다.
세일즈포스는 영업, 커머스, 마케팅, 서비스 등 고객과 접점이 있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사업 부문별 매출 비중은 세일즈가 24%, 서비스가 26%, 플랫폼 및 기타(슬랙)가 18%, 마케팅 및 커머스가 16%, 그리고 데이터(태블로)가 1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세일즈포스는 현재 글로벌 CRM 시장에서 23.8%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연간 이익 역시 빠르게 성장하여 2022년 매출은 2019년에 비해 두 배 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긍정적인 전망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코로나가 종식되며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다시 느려지고 세일즈포스와 같은 CRM의 필요성이 생각보다 낮을 수 있다는 전망이 있습니다. 또한 잦은 인수합병으로 높은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낮고, 어도비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한 기업이 CRM 시장의 경쟁자로 등장했다는 것 역시 부정적인 전망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오늘은 글로벌 CRM 기업 세일즈포스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기업 대상의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라 평소에 자주 접하지는 못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는데요. 앞으로 CRM 시장에서 세일즈포스가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혹은 어도비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장 점유율을 뺏어오게 될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
참고자료
- CIO코리아: https://www.ciokorea.com/news/38445
- 티타임즈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jp7_RtsWgj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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