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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ARM인수부터 애플의 자체 반도체 제작까지, 작년부터 반도체 업계에서는 흥미롭고 중요한 이슈들이 계속해서 발생했습니다. 뭔가 궁금하고 흥미가 생기는 분야지만,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으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러한 뉴스를 접하더라도 재미있고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주제를 준비해보았는데요, 오늘은 반도체 산업의 전통강자 인텔의 '찬란한 과거'와 AMD를 주축으로 한 '다가오는 위기'를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의 흐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반도체 산업 생태계와 반도체 산업 종류(메모리/비메모리)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은 해당 글을 먼저 읽고 오시면 더 쉽게 이해가 되실거에요
인텔은 반도체의 설계와 생산을 모두 하는 종합 반도체 설계 기업(IDM)으로 1968년 설립되었습니다. 설립 당시에 인텔은 메모리 반도체에 주력하던 기업이었습니다. 1970년대에 S램,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었으나, 80년대에 도시바, 히타치 등과 같은 메모리 기업이 등장하면서 치킨게임이 시작되었죠. 결국 인텔은 당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던 CPU를 믿고 D램 사업에서 철수하는 신의 한 수를 둡니다.
다행히 당시 최대 컴퓨터 기업은 IBM이었는데, IBM이 인텔의 프로세서와 MS의 운영체제를 선택하며 인텔은 꾸준히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인텔은 2000년대까지 승승장구하였고 CPU 시장을 거의 장악하였습니다.
인텔에게도 위기는 존재했습니다. 바로 2005년에 팬티엄D라는 프로세서를 출시한 것인데요, 전력소모와 발열이 심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2000년대 초중반 인텔의 CPU 시장 점유율은 50%대까지 하락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다시 성능 좋은 프로세서를 내놓으며 인텔은 이후 약 2019년까지 10년 넘게 PC CPU시장에서 약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였습니다.
PC외의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는 더욱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텔은 데이터센터 CPU 시장에서 2019년까지 약 95% 이상의 점유율을 보여주며 명실상부한 반도체 강자로 군림하고 있었습니다.
2019년 즈음부터 인텔의 위기는 차츰 대두되어 왔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오랜 경쟁자 'AMD' 때문인데요, 사실 위에서 2000년대 초중반에 인텔을 위협했던 것도 'AMD'입니다. AMD도 인텔과 비슷한 시기인 1969년에 설립되었는데, 원래는 인텔의 라이선스를 구입하여 반도체를 설계하던 회사였습니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자체 CPU를 개발하기 시작하여 2000년대 초중반에는 CPU점유율에서 인텔의 턱밑까지 쫓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이후 인텔이 성능좋은 CPU를 만들고, AMD CPU의 비교우위가 약해지면서 AMD는 침체기를 겪게 됩니다. 회사가 망할 위기까지 왔던 AMD는 2010년대 초에 리사 수를 영입하고, 생산 공장을 '글로벌 파운드리'라는 회사로 분사시키고, 모바일 그래픽 사업 부문은 퀄컴에 매각합니다.
AMD는 절치부심하여 이후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MS의 엑스박스에 사용되는 칩을 생산하며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시작했고, 합류한 리사 수 박사를 CEO자리에 앉혔습니다. 그리고 오랜 개발 끝에 2017년에 라이젠이라는 프로세서를 시장에 선보이며 부활의 시작을 알렸죠. 그렇게 AMD는 2020년에 PC CPU 점유율을 약 3,40%, 데이터센터 시장 점유율을 8%정도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인텔의 위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최근 매우 큰 위협은 바로 '애플'이었는데요, 인텔의 칩을 사용해주던 큰 고객인 애플이 자체 칩을 생산하여 (그것도 매우 좋은 성능으로) 경쟁자가 된 것입니다. 애플은 앞으로 자체생산한 M1칩을 시작으로, 하나씩 자사의 제품에서 인텔 칩을 제거해나갈 예정입니다.
인텔은 AMD가 점유율에서 상승하고 있을 때, 아마 데이터센터 시장의 상당한 자사 점유율을 믿고 비교적 덜 경계했을 듯 합니다. 실제로 아직 큰 경쟁자인 AMD도 점유율이 10%보다 적은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도 막강한 경쟁자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우선 얼마 전에 ARM을 인수한 엔비디아가 그 중 하나인데요, 엔비디아는 압도적인 GPU 점유율과 설계능력을 바탕으로 ARM 기술력까지 더해 데이터센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기존 인텔의 큰 손님들이던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은 점차 자체 칩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시장 점유율 1, 2, 3위인 아마존, MS, 구글 모두 데이터센터용 자체 칩을 개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텔이 이러한 경쟁력 하락을 겪고 있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미세공정의 실패 때문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인텔은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자신들이 설계한 반도체를 직접 생산까지 했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TSMC같은 파운드리 기업이 막대한 돈을 쏟아붇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란 쉽지 않았고, 인텔은 5nm 공정 경쟁에서 밀리게 되었습니다.
더 미세한 공정이 큰 경쟁력인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TSMC 같은 파운드리 기업에 맡기는 AMD나 엔비디아 등과 비교하여 인텔은 하나의 약점을 얻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인텔은 칩 설계와 생산, 두 분야에서 모두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죠.
인텔은 이렇듯 많은 압박을 받고 있지만, 또 다른 시각에서 살펴보면 아직 반격의 여력도 충분한 상황입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우선 인텔은 아직 CPU 시장에서 그래도 적지 않은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 그리고 자율주행에서 경쟁력을 가진 모빌아이 인수를 통해 차세대 산업인 자율주행 산업에서의 경쟁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3. 또한 과거 AMD처럼 생산 부문을 파운드리 기업으로 분사시키고 설계에 집중하는 선택지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아마 인텔도 위기의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고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을 SK하이닉스에게 매각하는 등 사업을 정리하고 있기도 하죠.
이렇듯 현재 반도체 산업은 과거 인텔이 독주했던 것과 달리 많은 기업들이 경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기존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애플이나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굴지의 IT기업들도 경쟁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더욱 복잡해지는 경쟁 속에서 반도체 산업의 흐름이 어떻게 이어질지, 앞으로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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