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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석유의 시대가 끝났다는 말은 몇년 전부터 계속 들려오던 얘기입니다. 그러나 세계는 여전히 대부분의 에너지를 석유로부터 얻고 있죠.
그렇다면 왜 갑자기 석유 시대의 종말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나오는 것일까요?
왜냐하면 이제는 '진짜로' 머지않아 석유시대가 종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것으로 '진짜'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죠? 사람들이 이를 진짜로 받아들이게 된 이유는 지난달에 세계 5대 정유기업에 포함되는 영국의 BP가 석유 산업 쇠퇴에 대한 시나리오가 포함된 '석유 시대가 정점을 찍었다'는 리포트를 발행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곳도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큰 정유 업계 중 한 곳이 자신의 산업에 대해 그렇게 판단했다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이제 진짜 석유 시대의 종말이 온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지요.
#석유 기업의 찬란했던 과거와 쇠퇴
비록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유 기업들의 위상은 대단했습니다.
미국의 대표 석유회사 엑손 모빌은 한 때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시가총액을 자랑하기도 했었죠. 2005년 GE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오른 뒤 2006년을 제외하고는 2010년까지 세계 1위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2011년에 1위를 애플에게 뺏기기도 했지만 국제유가가 100달러에 이른 2014년에는 시총이 4460억 달러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랬던 엑슨 모빌은 현재 시총 약 1440억 달러로 92년만에 다우지수에서 퇴출당했습니다. S&P 500지수의 에너지 기업 비중도 최대 10% 이상을 자랑한 시기가 있었지만, 현재는 2.5%에 불과합니다.
안그래도 전망이 밝지 않은 정유 산업에, 코로나라는 재앙까지 닥쳐서 엑슨모빌은 36년만에 처음으로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다른 글로벌 석유 회사인 셰브런도 1998년 이후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고, 로열더치셸은 세계 2차대전 이후에 최초로 배당금을 줄였으며, 우리나라 정유기업들도 상황이 안좋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참고로 혼란이 있을 수 있어서 말씀드리면 해당 내용은 올해 상반기 내용이며, 아래 이미지는 1분기에 대한 이미지 자료입니다)
#석유 기업들의 각기 다른 꿈
정유 회사들이 이러한 변화를 모르고 있던 것은 아닙니다. 이번에 BP의 발표 전에도 BP를 포함한 많은 정유 회사들은 다른 길을 계속 모색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오늘의 주인공 BP는 신재생 에너지를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선정한 듯 보입니다. BP는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 0를 달성할 것이라고 발표하며 6월에 석유화학산업부를 50억 달러에 글로벌 화학업체 이네오스에 매각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10년간 석유와 가스 생산량을 40%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로열더치셸은 현재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석유와 천연가스 사업 비중을 60%로 낮추고,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 비중을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풍력, 태양광, 바이오연료, 수소 등의 청정에너지에 연간 약 1~2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국내 정유회사들도 대략 10년 전부터 노력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에쓰오일의 경우 '정유에서 석유화학사업으로의 대전환'을 선포한 이후 현재 매출에서 석유화학이 17.1%, 윤활기유가 7.8%를 차지하며 4/1 이상을 석유가 아닌 부분에서 창출하고 있습니다. 현대오일뱅크는 2025년까지 기존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해 수소충전소를 80개소로 늘리고 2030년에는 최대 180개까지 가동할 계획입니다. GS칼텍스도 드론으로 주유소 편의점 제품을 인근 가정집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실험하고, 전동킥보드 공유기업 '라임'과 손잡고 모빌리티 공유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 5월에는 현대차그룹과 공동으로 수소충전소 영업도 시작했죠. SK이노베이션은 아직 매출의 1%도 안되지만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진출하였고, 자회사인 SK에너지를 통해서는 정부가 출범시킨 '수소 물류 얼라이언스'를 통해 수소 사업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정유 산업의 미래
사실 흔히 생각하기로는 석유 회사가 그냥 신재생 에너지 산업에 진출하면 위험도 줄이고 전망 좋은 산업에 진출할 수 있어서 괜찮은 전략으로 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신재생 에너지 산업에 진출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실제로 에쓰오일은 2011년에 3000억 원을 들여 태양광 포리실리콘 생산업체인 한국실리콘 지분 33%를 인수했으나, 다음 해에 태양광 시황이 악화되며 사업을 포기한 경험도 있습니다.
특히 국내 정유사로써는 더욱 어렵습니다. BP같은 기업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한국전력과 가스공사, 석유공사, 정유사를 합친 것과 같은 종합에너지회사로 여러 에너지원을 다루니 다양한 에너지에 대한 사업을 운영할 수 있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가스, 전력 등에 진입할 수도 없고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규모도 작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글로벌 에너지 회사나 국내 정유사나 모두 각자의 미래 산업을 위해 다양한 시장에 도전하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마 당장 석유의 시대가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업을 영위해야하는 정유회사는 물론, 변화의 시대를 살고있는 우리에게도 앞으로 이런 에너지 산업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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