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우리의 삶을 바꾼 지 벌써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코로나는 많은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변화시켰고, 달라진 사람들의 일상은 많은 산업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아마 여행/숙박업은 그중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산업 중 하나일 것 같은데요. 오늘은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의 여행 행태가 어떻게 변화되었고, 그것이 호텔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기존에 해외여행을 가던 사람들이 국내 여행으로 발길을 돌렸다는 기사를 보신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관련 소식들을 접하며, 국내 여행 산업의 하락폭이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요. 사실은 이와 전혀 달랐습니다. 해외여행에 비해 국내여행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뿐이지, 국내여행의 감소폭도 상당했던 것입니다.
야놀자가 발간한 리포트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에는 사람들이 연평균 4~6회 정도 국내여행을 다녔던 반면 코로나 이후에는 이 수치가 1~4회로 감소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응답자의 80%는 코로나 이후 여행 빈도가 줄었다고 답했는데요. 실제로 코로나 전후 관심사를 조사해보았을 때, 64.2% 비중을 차지했던 여행이 19.2%로 크게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여행 산업의 위기 속에서도 그나마 선방한 영역이 있었는데요. 첫 번째가 바로 '휴양지'입니다. 그동안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라는 용어가 탄생했고,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불안증과 우울증 유병률이 2배가량 높아졌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코로나19 이후 우울감을 느끼거나 우울증이 있는 비중이 36.8%로 조사대상 15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는데요. 이런 상황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로 인해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휴양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야놀자가 조사한 리포트에서도 휴양지 선호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설문에 의하면 코로나 이후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약 절반 정도가 휴양지에 가거나 휴양을 테마로 여행을 다녀왔다고 응답했으며,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서 휴양을 즐길 수 있는 글램핑과 캠핑도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 코로나 블루란?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져진 신조어로,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나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일상생활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합니다.
위기 속에서 선방한 두 번째 영역으로는 '프리미엄 시설'이 있습니다. 프리미엄 시설로 대표되는 것이 바로 호텔인데요. 경기연구원이 실시한 '코로나19 이후 국민여행 실태 및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가 선호하는 숙박시설이 펜션에서 호텔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8년 조사만 하더라도 펜션(선호도 33.7%)이 호텔(선호도 10.7%)을 크게 앞섰는데, 불과 2년이 지난 2020년에 호텔(35.7%)이 펜션(16.5%)을 역전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철저한 위생관리'(숙박시설 선택 조건 42.9%)에 대한 비중의 상승이 존재했습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호텔이 2021년 4분기에 방문한 숙박시설 중 가장 큰 비중(34.2%)을 차지했습니다. 이는 이전 분기 대비 3.8%가 증가한 수치이며, 호텔 중에서도 특급/5성급의 상승폭이 높았는데요. 이러한 흐름을 보았을 때 프리미엄 숙소에 대한 선호도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프리미엄 선호로 인해 호텔이 선방했다고 하더라도, 호텔 산업 역시 코로나의 타격을 피해가지는 못했습니다. 국내 호텔업계의 총매출액은 2019년까지 약 10조 원 규모로 안정적인 실적을 보여줬으나, 2020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약 6조 원까지 급감했습니다. 영업이익 또한 마이너스로 돌아섰죠.
그중에서도 특히 수도권에 위치한 호텔과 3, 4성급 호텔의 타격이 가장 컸습니다. 2019년 전국 호텔 투숙객 중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평균 27.6%였던 것과 비교하여, 서울은 외국인 비율이 54.7%나 되었기 때문인데요. 해외여행과 출장이 급감하며 외국인 관광객과 비즈니스 투숙객이 주 고객이던 3, 4성급 호텔이 그 타격을 고스란히 받은 것입니다.
그럼에도 호텔 업계는 불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우선 휴양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홈트레이닝 강좌나, 요가 및 명상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웰니스 패키지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언택트를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해 비대면 방식의 로봇 배달이나 디지털 키, 음성인식 객실 서비스를 채택하는 호텔도 늘어나고 있으며, 객실에서 머무는 사람들을 위해 DIY 키트, 간식 세트, 게임기 등을 제공하는 호텔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 롯데 시티호텔의 경우에는 오전 5시에 체크인하여 2회 조식을 제공하는 '워캉스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메리어트와 글래드 호텔은 각각 보다 오랜 시간 호텔을 이용할 수 있는 '스테이 & 릴랙스 24 패키지'와 '30시간 휴식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매각을 결정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형 운영사들의 호텔이 매각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매물로 나온 서울 호텔에 관심을 가진 주체가 대부분 부동산 디벨로퍼, 자산운용사, 투자은행, 건설사, 외국계 투자은행인 것으로 보아, 매각되는 호텔들은 대부분 고급 주거시설이나 오피스텔 등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비록 중소형 운영사는 아니지만) 한남동에 위치한 서울 남산 그랜드 하얏트 서울호텔은 2600평에 달하는 초고급 주거용 부지를 매각하기로 했는데, 호텔 특성상 시내에 모여있고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 탈호텔 현상을 부추기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올해 국내 여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해외여행 역시 2021년 6월에 사이판, 2021년 10월에 싱가포르와 트래블 버블*이 체결되고, 2022년 3월 21일부터 해외 입국자의 자가격리가 면제되는 등 빗장이 조금씩 풀리고 있죠. 세계적으로도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는 국가가 많아지고 있으며, 여행 산업이 이전보다 회복될 것은 어느 정도 명확해 보입니다.
호텔 산업에 대한 투자 흐름 역시 이러한 전망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부동산 기업 JLL의 호텔 및 호스피탈리티 그룹은 2022년에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호텔 투자시장이 2021년보다 약 3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JLL의 분석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코로나19 위기를 우량 자산을 확보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가 일본 건설기업으로부터 약 30개의 호텔 건물을 매입하는 등 주요 글로벌 연기금은 코로나 사태 이후를 대비해 호텔 업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 트래블 버블이란?
‘트래블 버블’이란 Travel과 Bubble을 조합해 만든 말로, 여기에서 버블은 '안전막, 보호막'이라는 의미입니다. 자가격리를 면제 받고 여행할 수 있는 안전권역(비격리 여행 권역)이라는 뜻인데요.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국가들끼리 방역 체계에 대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여행 협약을 맺고 협약 체결국에 한정, 자유로운 여행을 허용하는 조치입니다.
일부 전문가는 앞으로 여행 수요가 어느정도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분명한 색깔이 없는 호텔은 꾸준히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코로나에서 생존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호텔이 늘어나는 만큼, 앞으로도 호텔의 차별화 전략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어서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어 모두들 다양한 호텔을 경험하고, 편하게 여행을 다니는 시대가 다시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참고자료
- 이코노믹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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